부동산 가격 연일 신고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이촌1동) 일대 주택시장이 시나브로 몸값을 올리고 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론 땅값이 3.3㎡당 2억 원을 넘어섰다. 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과거 추진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부활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촌동 남부아파트에선 대지지분 13.72㎡짜리(전용면적 47㎡) 집이 9억 원에 매매됐다. 대지지분 3.3㎡당 가격이 약 2억1647만 원에 이르는 셈이다. 직전 거래가 이뤄진 지난해 2월 매매가격(6억9000만 원)과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값이 30% 넘게 올랐다.
집값 급등세는 남부아파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남부아파트와 같은 블록에 있는 서부아파트에서도 6월 이후 거래된 물건 세 건이 모두 대지지분 3.3㎡당 2억 원 넘는 값을 받았다. 남부아파트 맞은편 성경아파트에서도 대지면적 3.3㎡당 집값이 2억3000만 원을 호가한다.
지은 지 40~50년 된 낡은 아파트값이 이렇게 높은 건 이들 단지가 한강변 노른자 위 재건축 구역인 이촌동 제1구역에 속해 있어서다. 이촌1구역에선 재건축을 통해 노후 저층주거지를 875가구짜리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려 한다. 이촌1구역과 인접한 용산역 부지에서도 지난해 1만 가구 규모 '미니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다.
재건축 기대감은 오세훈 시장 당선 후 더 커졌다. 오 시장이 2006~2011년 서울시장을 지낼 때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서부이촌동을 연계 개발하려 한 전력이 있어서다. 연계 개발이 추진되면서 서부이촌동 땅값은 3.3㎡당 6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뛰었다. 10년 만에 시장직에 복귀한 오 시장은 국제업무지구 부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촌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은 거의 없지만 거래가 될 때마다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 올 연말 국제업무지구 마스터플랜을 발표한다니 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촌1구역 추진위도 조합 설립을 위해 잰걸음을 놀리고 있다. 이촌1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정비계획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올리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며 "지구단위계획, 용산 마스터플랜에 맞춰 정비계획을 보완하면서도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제(실수요자에게만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거래를 허가하는 제도) 강화는 이촌1구역을 움직일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이촌1구역에선 지금도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 중이지만 지분 18㎡ 이하 주택은 예외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촌1구역에서 대지지분이 적은 소형 주택 위주로 손바뀜이 일어난 배경이다. 국토부는 토지거래허가 대상 최소 면적을 주거지역 기준 6㎡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토지거래허가제 방안이 확정되면 이촌1구역에선 실거주를 해야만 재건축 대상 주택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