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오뚜기 등 식품업체가 점자표기 컵라면을 속속 선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화두가 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의 취식편의성과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삼양식품은 점자 표기 용기면 제품을 선보인다고 31일 밝혔다. 이번에 제품은 시각장애인의 용기면 구매 및 취식 불편함 해소를 위해 개발됐다.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은 라면을 구매할 때 점자 표기 제품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용기면 물을 맞추기 위해 용기 안에 손가락을 직접 넣어 확인해야 했다.
점자 표기 용기면은 소비자로부터 시각장애인용 제품 출시 제안이 오면서 시작됐다.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부터 용기 제작 업체에 점자와 외부 물 확인선 삽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점자 표기 용기면 출시를 준비했다.
삼양식품은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과 점자 표기 용기면을 공동 개발했다. 특히 원샷한솔은 점자 적용 제품의 오·탈자 및 가독성 확인, 외부 물 확인선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점자는 용기면 제품 하단에 삽입했으며, 빠른 제품 확인을 위해 불닭볶음면은 ‘불닭’, 삼양라면은 ‘삼양’으로 축약 표기했다.
삼양식품은 원샷한솔의 모교인 '한빛맹학교'에 점자 표기 제품을 기부할 예정이다. 내달부터 큰컵 불닭볶음면, 큰컵 삼양라면에 점자 표기를 적용하고, 추후 확대할 예정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용기면의 점자 표기는 진즉 도입했어야 했지만 늦은 감이 있어 송구하다"며 "좋은 취지인 만큼 많은 기업에서 도입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뚜기도 내달부터 ‘컵누들 김치·얼큰 쌀국수’를 시작으로, 향후 오뚜기 컵라면 전 제품에 점자 표기를 확대 적용한다. 그동안 오뚜기는 3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 제품명과 물붓는 선의 점자 표기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고 점자 삽입을 검토해 왔다.
오뚜기는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패키지 디자인 샘플을 제작한 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협조를 받아 점자의 위치 및 내용, 가독성 등에 대한 점자의 읽힘성을 높였다.
이를 토대로 제품명과 물을 붓는 선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기호까지 점자 표기한 최종 패키지 디자인이 탄생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의 위치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점자의 배경은 검은색으로, 점자는 흰색으로 인쇄한 것도 특징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제품 선택 및 취식 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컵라면 최초로 점자 표기를 추진하게 됐다”라면서 “앞으로도 취약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