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집값 호가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라
지자체에선 '완행열차 될라' 볼멘소리도
경기 의왕시가 신규택지 후광효과를 누리게 됐다. 물 건너간 듯했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유치 불씨가 신규택지 덕에 되살아나서다. 주변 지역에선 정차역이 늘어나면서 GTX가 완행철도가 될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경기 의왕시와 군포시·안산시 사이에 4만1000가구가 살 수 있는 신도시급 택지를 새로 조성하겠다고 30일 발표했다. 입주민 편의를 위해선 택지 부지 안에 있는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왕역에 GTX C를 정차시키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GTX C는 경기 양주시 덕정역에서 출발해 서울 청량리역ㆍ삼성역 등을 거쳐 수원시 수원역에 이르는 급행철도 노선이다. GTX C를 이용하면 의왕·군포·안산신도시에서 삼성역과 서울역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각각 25분, 35분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국토부 계산이다.
의왕시는 올 상반기에도 GTX C 유치를 두고 경기 안양시와 경쟁을 벌였다. 의왕시는 의왕역을, 안양시는 인덕원역을 밀었다. GTX C 건설·운영권 우선협상대상자로 6월 선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의왕역 대신 인덕원역 설치를 국토부에 제안하면서 의왕역에 GTX C를 유치하는 건 물 건너간 듯했다. GTX C 유치 기대감에 높아졌던 아파트 매물 호가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한풀 꺾였다.
국토부가 의왕역에 GTX C를 정차시키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후 의왕시 부동산시장엔 다시 기대감이 돌고 있다. 의왕역 인근 삼동에서 사랑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정순덕 대표는 "어제오늘 매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GTX가 정차할 거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수 문의는 많아졌는데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매물이 잠기고 있다"고 말했다.
의왕역에선 도보로 10분 거리(약 700m)에 있는 장미아파트에선 31일 현재 포털에 게시된 매물 4건 중 3건이 하루 새 호가가 500만~3000만 원 뛰었다. 삼동 효성청솔아파트에서도 전용면적 59㎡형 호가가 5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의왕·군포·안산신도시가 공개되기 전 이 단지에서 나왔던 같은 면적 매물보다 5000만~8000만 원 비싸다. 토지거래허가제(실수요자에게만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거래를 허가하는 제도)가 시행된 신규 택지 부지와 달리 의왕역 인근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빠졌다.
GTX C를 향한 기대감은 의왕역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군포시 부곡동까지 번졌다. 부곡동 휴먼시아 3단지에선 31일 전용 84㎡형이 11억5000만 원에 나왔다. 6월 신고된 직전 실거래가(7억5000만 원)보다 4억 원 높은 값이다.
신규 택지 조성과 그에 따른 인프라 확충으로 인한 후광효과는 의왕역 인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국토부가 올 2월 경기 광명·시흥신도시를 신규 택지로 개발하고 이 지역 교통 환경 개선을 위해 제2경인선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을 땐 서울 구로구가 그 후광을 누렸다.
제2경인선은 구로구 구로동에서 출발해 경기 광명시와 시흥시를 거쳐 인천 인천역을 잇는 철도 노선이다. 이 중 구로~광명 구간은 구로동에 있는 철도차량기지를 이전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 구로선 철도 노선이 확충될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차량기지까지 치우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구로차량기지와 담을 맞대고 있는 구로주공2차 아파트에선 연초만 해도 전용 64㎡형이 8억4000만 원에 매매됐지만 지금은 12억 원을 호가한다.
이 같은 후광효과가 안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인프라 확충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율이 대표적이다. 제2 경인선의 경우 구로차량기지 이전 후보지로 정해진 광명시에서 차량기지 건설에 반발하고 있다.
GTX C 의왕역 정차도 주변 지자체에선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다. 정차역이 많아지면 열차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GTX C노선의 역 간 평균 거리는 약 8㎞이지만 의왕역과 그 다음 GTX C 역인 군포시 금정역은 6.4㎞ 떨어져 있다. 이미 금정역에 GTX를 유치한 군포시가 의왕역 등 정거장 추가를 반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창석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과장은 "사전에 의왕시나 우선협상대상자로부터 제안이 와서 검토를 결정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속도 등에 대한 고려를 마쳤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