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을 하면서도, 결과물을 보면서도 계속 목이 메이고 답답했어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몇 번이나 한숨을 쉬면서 봤는지 몰라요. 안타깝고 여운이 길게 남았죠. 조석봉 이병의 마지막 대사가 지금도 머릿속에 맴돌아요. 시청자들도 저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로 생각합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서 주인공 이등병 준호 역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탈영병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이같이 공감하고 아파했다.
이 작품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탈영병과 그들을 뒤쫓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평단과 시청자 모두에 호평을 받고 있다. 2014년 선임 병사들이 후임 병사를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일명 ‘윤 일병 사건’을 모티브로, 군내 폭력의 대물림 등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녹여내며 과거의 군내 분위기 잘 살렸다는 평이다.
1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정해인은 ‘D.P’ 인기에 “얼떨떨하고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주변 동료 배우들, 그리고 선배님들,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많은 연락과 축하 문자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문자를 받으니 조금은 실감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정해인은 극 중 현실 피해 갓 입대한 이등병 준호 역을 맡아 극 어갔다. 남다른 눈썰미와 수준급 복싱 실력으로 군무 이탈 체포조 D.P.로 차출된 인물로, 호열(구교환 분)과 콤비를 이뤄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본에 충실해 캐릭터에 녹아들자는 마음이 컸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가진 또 다른 기질인 우울함을 발견하기도 했죠. 나를 돌아볼 기회가 됐어요. 매 순간 어느 작품이든 배우는 게 있고 성장하는데, ‘D.P.’ 또한 가르침을 준 작품이어서 저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고 있어요.”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한준희 감독이 러브콜을 먼저 보냈다고 말했다.
“원작을 너무 재미있게 봤고, 이야기가 주는 힘이 워낙 세다 보니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감독님과 제작진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요. 이분들과 작업을 한다면 재미있게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감독님도 제게 그런 믿음을 주셨고 제작진분들도 큰 믿음을 주셔서 고민 없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D.P.’의 여러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는 정해인과 구교환의 남남 케미스트리다. 결이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앙상블을 만들어낸 것이다. “형과의 케미를 빼놓을 수 없다”며 정해인 또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브로맨스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고 내심 기대도 됐어요. 드라마를 보니 관계가 잘 나온 것 같아요. 구교환과 처음에는 서로 낯을 가렸어요. 탐색하는 시간이 있었죠. 형이 워낙 선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서 친해지는 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촬영장에서 연기할 때 배려가 느껴졌고, 저 또한 형을 존중하며 촬영했어요.”
작품의 인기에 시즌 2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정해인 또한 다음 시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감독님에게 얼핏 여쭤봤는데 작가님과 함께 대본을 쓰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여기까지만 알고 있어요. 이미 움직이기 시작하셨어요. 완성된 대본을 받고 열심히 연기할 일만 남았어요. 시즌 2에서는 준호가 스스로 돌이켜보며 한층 성장하는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요. 아마 일병이 될 텐데, 생활관에 들어온 후임과의 에피소드도 생길 것 같아요.
‘D.P’는 공개 후 예비역들의 공감을 사며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극사실적으로 군 생활을 묘사해 'D.P를 보고 PTST(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왔다' 반응도 많았다. 군필자인 정해인 또한 연기하면서 과거 군 생활 시절 느꼈던 감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저희가 사실적으로 묘사를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절에 있었던 일들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 경험한 분들이 보시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을 것 같아요. 저 또한 군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많이 떠올렸고, 그 기억들이 촬영할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모든 드라마나 영화는 결과를 예상할 수 없어요. 하늘의 뜻이잖아요. 평소 기대를 잘 안 해요.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요, ‘D.P.’가 호평을 받아서 기분은 좋아요. 이 에너지가 시즌 2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