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가정 밖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내몰리게 됐다. 이전할 곳을 찾지 못한 강남구 청소년쉼터(강남 쉼터)에 사업 종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청소년 쉼터는 만 10세~19세 남자 위기 청소년들을 단기 보호하는 청소년복지시설이다.
지난 8월 27일 강남구는 관련 공문을 통해 구내 청소년쉼터 운영 종료를 통보했다. 강남 쉼터 관계자에 따르면 강남구 측은 강남 쉼터 위탁 법인과의 계약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시설 이전을 결정했으나이전할 장소를 마련하지 못해 사실상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강남 쉼터는 1998년 자치구 최초로 개소됐다. 개설 당시부터 감리회태화복지재단이 운영을 위탁받아 현재까지 운영해왔으나 올해를 끝으로 위탁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본래 위탁 계약 종료 시점은 올해 9월 22일까지다.
지난해 구청은 시설 이전을 위해 9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강남 일대에서 예산 내의 전세 매물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강남 쉼터의 설명이다.
현재 강남 쉼터는 2012년부터 태화복지재단이 무상으로 제공한 장소를 이용 중이다. 강남구는 장소 마련을 한 뒤에 새 위탁 법인을 물색할 계획이었으나 이전 자체가 무산되며 사업 중단 통보를 하게 됐다.
강남구의 한 관계자는 “해당 예산과 시설이 들어갈 조건에 맞는 부동산 매물이 없었다”면서도 “전세 금액도 금액이지만 시설 특성상 임대인들이 반기지도 않는 분위기였다”며 “그런 부분도 이전 장소 확보에 실패한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강남구 측은 9월 22일 자로 만료되는 수탁 기간을 원활한 시설 운영 종료를 위해 올해 말까지로 연장해둔 상태다.
강남 쉼터 측은 2018년경부터 이전 장소 마련을 요청해왔으나 강남구 측은 이러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건수 강남구 청소년쉼터 소장은 “기존 법인의 위탁 종료 시점에 맞물려 새로운 위탁 법인을 찾았어야 했으나, ‘공간 마련이 안 됐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소장은 또, 전세만을 고집하는 강남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강남구에 다른 위탁시설 일부는 월세로 시설을 임대해 사업을 하도록 돼있다”며 “예산의 편차, 사업 간의 편차로 인해 청소년 쉼터에는 무조건 전세가 아니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소와 별개로 강남구 측에서는 쉼터 사업의 형평성도 문제로 삼았다고 한다. 청소년 복지 지원법에 근거하면 청소년쉼터 사업 자체는 강남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구청 운영 예산과 더불어 여성가족부 지원 예산도 배정된다.
박 소장은 “이와 관련해 강남구에서는 ‘강남구 아이들이 없지 않으냐’는 말도 하더라”며 “이는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남 쉼터에는 평균 8~9명 안팎의 가정 밖 청소년들이 보호를 받고 있다. 강남 쉼터 측은 단기 보호 시설이므로 3개월에서 최장 9개월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성격상 입퇴소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쉼터에 입소하는 청소년들은) 아동학대 등을 당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친구들인 경우가 많아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시설이 폐쇄되면 아이들을 돌려보내거나 방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자치구에서 가장 먼저 설립한, 상징적인 강남구 쉼터가 폐쇄된다면 다른 청소년쉼터에도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며 “강남구에서 이런 부분을 신경을 써줬으면 싶지만, 폐쇄하겠다는 방침만 내비치니 당황스럽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남 쉼터 측은 지난 3일 청와대 청원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공론화하고자 했다. 현재 청원 나흘 만에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