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살인자로 채워진 내각"…탈레반 새정부가 두려운 이유

입력 2021-09-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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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율법에 따라 통치하겠다."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새정부를 꾸린다. 통치 행위는 철저하게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따른다. 최고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는 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정상 국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국제사회는 아직 신중하다. 여성 탄압과 기본권 박탈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폭력배와 살인자로 채워진 새 정부"

(로이터연합뉴스)

탈레반이 발표한 정부 명단에 대해 해외 언론들은 '폭력배와 살인자로 채워졌다"고 평가했다. 우선 총리 대행에 임명된 모하마드 하산은 국제사회가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인물이다. 내무부 장관에 오른 시라주딘 하카니는 미국 인질 1명을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방부 장관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는 탈레반 창설자의 아들이다.

새 내각에 여성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은 남성에 종속된 존재'라는 율법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탈레반의 '포용적 정부' 약속을 믿을 수 없는 이유다.

실제 탈레반은 과거 5년(1996~2001년)의 통치 기간에도 '샤리아'를 앞세워 강력히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여성에게 취업과 교육 기회를 원천 박탈하고, 남성이 동행하지 않으면 외출도 할 수 없게했다.

2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프간 여성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탈레반은 정부를 탈환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하는 모든 여성에게 '니캅' 착용을 명령했다.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해 거리로 나온 국민을 향한 핏빛 억압도 일삼고 있다. 탄압은 이미 시작됐다.

국제사회, 정상 국가로 받아들일지 신중

(카불/AP뉴시스)

탈레반은 합법 정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원 없이는 녹록지 않다고 본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우호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테러 단체와의 단절과 포용적 정치체계를 전제조건으로 두고 있다.

문제는 아프간 국민이다. 국제적 긴장감이 커질 수록 '먹고사는 게' 더 어려워 진다. 아프간은 전체 예산에서 해외 원조 비중이 80%에 달한다. 국제사회 도움이 없으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얘기다. 실제 유엔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 국민 3명 중 1명은 끼니 걱정을 하고 있다. 긴급 지원이 필요한 인구만 1800만 명(전체 인구 절반)에 달한다.

이에 아프간 국민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있다. 탈레반이 떠나는 자국민을 그대로 둘지는 미지수다. 인권 억압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건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이다. '누구 때문인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탈레반을 압박하면서 아프간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전쟁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국제 사회의 공적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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