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한전) 고양지사에서 장애인 체험형 인턴에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거나 비사무 업무를 배정하는 등 괴롭힘을 가하고, 낮은 인사평가 점수를 줘 부당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전 계약직입니다. 내부 고발 및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한전 고양지사에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근무한 뒤 부당해고 당한 장애인 인턴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직장 내 괴롭힘과 이로 인한 편파적인 인사평가 때문에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이는 내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도 검증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다수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상급자 한 명은 줄곧 예의를 강조하며 회사 내에서 모든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인사와 관등성명을 반복도록 했고, 한 번이라도 빼먹으면 예의가 없고 조직문화에 적응을 못 한다고 다그쳤다고 한다. 또 다른 상급자는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이어폰을 낀 채 자리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정신이 나간 거냐’는 등 욕설 섞인 폭언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을 이용해 창고 자재 정리 업무를 부여한 뒤 작업량이 미진하다고 압박을 가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분명히 장애인 인턴으로 온 것이고 채용공고에서는 ‘사무보조’라고 명시돼 있는데 택배 물류 급의 막노동 및 허드렛일을 반복해서 시켰다”며 “이는 명백한 괴롭힘이고 차별이라고 항의하자 이후 근무평정이 97점에서 36점으로 하락했다”고 썼다. 글쓴이는 이 근무평점으로 인해 인턴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하고 회사를 나가야 했다.
글쓴이는 사 측의 직장 내 괴롭힘을 통한 퇴사 종용과 부당 해고의 근본 원인은 장애인 채용 실적을 채우기 위한 형식적 채용이라고 추측했다. 사 측의 해고 통보가 연말 실적 보고가 끝난 뒤인 1월 말 이뤄졌다는 것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채용된 14명의 장애 인턴 중 10명이 같은 시기(연말 실적보고 이후)에 퇴사했다”며 “채용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뽑은 후 괴롭힘과 차별로 퇴사를 종용하면 그것이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작성자는 “언제까지 한전의 이런 꼼수가 용인되어야 하는 건지 묻고 싶다”며 “장애가 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끝으로 “공론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글을 마쳤다.
한전 고양지사 측은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이 있었고, 이로 인해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글쓴이 측 주장을 부인했다.
한 관계자는 “(해당 사례는) 근로 계약의 미연장”이라며 “4개월 단위로 계약 갱신을 해 최장 20개월까지 근무할 수는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계약 기간이 만료돼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라 부당해고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경기 지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이의제기한 상태며, 중앙 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 청구 진행 중이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글쓴이가 주장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질문에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그런 사실은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기업체 등은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으면 장애인 미채용 부담금을 내게 된다. 지난 5월 MBC에서는 일부 공공기관이 이를 피하려고 ‘알바성’ 장애인 단기채용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사안과 관련해 박은아 경기 장애인 근로자 지원센터 상담실장은 장애인 고용 관련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 실장은 “장애인 미채용 부담금 혹은 장애인 고용 지원금 때문에 장애인을 단기적으로 채용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대다수 고용 주체들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반인권적인 대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 인력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