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 경영②] 유행따라 바뀌는 車컬러…최근 '그린 컬러' 속속 등장

입력 2021-09-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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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다양화 이후 컬러 '유행' 빨라져…고급차ㆍ준대형차 중심으로 녹색 계열 확산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동차의 컬러는 디자인 단계에서 결정한다.

먼저 차는 검정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타이어가 검정이고, 이른바 ‘틴팅’ 처리된 유리와 선루프 등이 모두 검정이다.

검정이 차지하는 면적과 얼마만큼 잘 어울리는지, 차 고유의 디자인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차 가격과 주력 소비층, 그리고 이들이 선호하는 흐름도 따져야 한다. 소형차일수록 경쾌한 색감이 많고, 고급차일수록 채도가 높은 '무거운 컬러'가 많다.

같은 색이지만 차 디자인에 따라, 또 후처리 공정에 따라 다른 느낌을 전달하기도 한다.

한때 이런 자동차 색채에도 유행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수입차 시장이 확산하면서 은색이 큰 인기를 누렸다. 상대적으로 유행에 덜 민감하면서,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이런 유행은 빠르게 등장하고 빠르게 사라지는 게 추세다. 세단과 몇몇 SUV에 국한됐던 차종이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특정 차종에 잘 어울리는, 이른바 해당 차종과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너처(상징) 컬러’가 시장에서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이 상징적 컬러 몇몇만 모이면 또 하나의 '유행'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제네시스를 비롯해 기아의 준대형차급 이상의 고급차들이 최근 녹색 계열을 컬러를 앞세우고 있다. 녹색은 '안정과 신뢰감'을 상징한다. (사진제공=기아/제네시스)

최근 국산차 가운데 고급차를 중심으로 녹색 계열이 인기다.

특히 기아가 준대형차급을 상대로 ‘그린(Green)’을 강조하고 있다. 기아는 '2022년형 스팅어'를 출시하면서 영국 애스코트(Ascot) 경마장에서 착안한 신규 외장 색상 ‘애스코트 그린’을 추가했다. 앞서 대형 세단 K9에도 쓰였던 고풍스러운 녹색이다.

준대형 세단 K8 역시 같은 녹색 계열의 ‘카디프 그린’을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녹색은 '안정과 신뢰감'을 대변한다. 대부분 언론사의 취재 차량이 녹색인 것도 이런 이유다.

▲기아 K9과 스팅어는 영국 애스코트 경마장에서 착안한 '애스코트 그린'을 쓴다. 두 모델 모두 광명 소하리 공장에서 생산 중인 만큼 컬러를 나눠쓰기 쉽다. (사진제공=기아)

자동차의 이런 컬러는 비용과 직결된다.

같은 녹색 계열이지만 기아의 광명 소하리 공장에서 생산 중인 K9과 스팅어는 같은 컬러(애스코트 그린)를 출시하기에 수월했다. 기아가 2022년형 스팅어를 내놓으면서 '애스코트 그린'을 추가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와 달리 기아 화성공장에서 나오는 K8은 같은 녹색이어도 색감이 다른 ‘카디프 그린’을 쓴다.

이런 그린 컬러의 인기는 고급차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도 GV80이 녹색 계열의 '브런즈웍 그린' 컬러를 상징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두 가지 컬러를 하나의 자동차에 쓰이는 이른바 ‘투-톤 컬러’도 비용과 직결된다. 추가되는 페인트 비용 이외에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시간당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차에 인기가 많은, 천장을 다른 색깔로 입히는 ‘투-톤 루프’가 대표적이다. 차체와 지붕 색상이 달라 인기를 누렸으나 제조사 입장에서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다.

전체 도색을 마치고 도색이 마르기를 기다린 이후, 라인에서 차체를 꺼낸다. 그다음 별도로 도색 공정에 입고해 지붕을 따로 칠해야 한다. 번거로움을 덜어내기 위해 일부 소형차는 특정 컬러의 '필름'을 덧씌우기도 한다.

자동차 컬러는 비용과 연결된다. 그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많은 고민과 고민이 뒤따르는 결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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