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미래는?

입력 2021-09-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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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출시.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 2010년대 중반 클라우드 시장의 급성장. 2017년 4차 산업혁명의 부상.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들 사건이 촉발한 공통점은 뭘까. 바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누렸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산업은 통상 3~4년을 주기로 호황기와 불황기가 이어지는 사이클(cycle)이 반복됐다. D램 수요 초과로 가격이 오르면 D램 생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설비 증설에 나섰고, 이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면서 가격이 내려가는 현상이 반복된 탓이다.

슈퍼호황(2017~2018년)과 불황(2019년), 호황(2020~2021년 상반기) 사이클을 겪고 있는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 다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메모리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 Winter Is Coming).’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내놓은 이 보고서에서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이다.

메모리 가격도 하락세다. PC용 D램(DDR4 8Gb) 현물거래가격은 최근 한 달 만에 12.55% 감소했다. 4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에 비해 크게는 5%가량 하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다만 과거처럼 불황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보면, 단기간에 업황이 꺾일 분위기는 아니다. 올 상반기 두 회사는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던 2018년 상반기와 근접한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D램 가격 내림세의 이면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격 하락세가 가장 큰 제품은 전체에서 약 15%에 불과한 PC용 D램이다. 게다가 전년도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D램 제품 가격은 출시된 시점을 기준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하락해 왔다. 가격 하락이 특별한 사건(?)은 아닌 셈이다.

오히려 가격이 상승할 요건도 갖췄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Double Data Rate)5로의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교체 수요가 발생함과 동시에,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이 줄어 가격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열풍만 보더라도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충분해 보인다.

메타버스를 위한 서버 D램 수요는 물론,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2’ 등 새로운 기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메모리반도체 호황을 촉발한 굵직한 사건의 뒤를 메타버스가 충분히 이을 수 있다.

지난 2018년 기자가 인터뷰한 당시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유발되는 다양한 수요가 얼마나 클지 아직 제대로 알 수 없다. 호황기가 2~3년 이내에 주춤할 수도 있지만,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말처럼 시장은 슈퍼호황기와 불황기를 거쳤지만, 불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다시 호황기를 맞았다.

일부 비관론처럼 불황기가 온다 하더라도 과거처럼 극심한 불황이라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는 정도가 맞아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파생된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이 시장 수요를 꾸준히 일으키고 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비관론보다는 긍정론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 시장의 일등 공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수많은 국내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들이 더 오랫동안 메모리 호황의 열매를 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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