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전부터 중립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립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정치권의 중심에 섰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입건하며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나섰다. 이달 2일 의혹이 불거진 뒤 8일 공수처는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하루 만에 수사 착수를 결정했다.
공수처는 곧바로 손 검사와 주요 사건관계인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대상으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혜채용 의혹 수사 등 과정과 비교하면, 당시 수사팀 구성에 시간이 필요했던 점 등을 고려해도 이례적인 속도다.
특히 남아있는 3호~12호 사건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신속하게 사실 규명을 해서 모든 혼란과 우려, 의혹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수처의 의도와 관계없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격의 무기로 쓰이고 있다. 특히 공수처는 여권·야권 인사들에 대한 무분별한 고소·고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출범 목적과 달리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한 과정부터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공수처에 역풍이 될 수 있다. 착수 판단부터 공수처가 신중했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내년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수사가 길어질수록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맡으면서 공수처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수사 과정과 결론을 두고 국민적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수사로 객관적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내 공수처가 단언한 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