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인프라 덕에 진입장벽 낮아…반려견 잇몸 치료제부터 암 진단검사까지
제약업계가 반려동물 의약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늘어나는 반려가구와 반려동물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시장 잠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업계는 의약품 임상·개발 등의 역량과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약 1448만 명이다. 특히 반려동물 관련 앱 중 ‘반려동물 건강관리·진단 앱’이 3위(17.9%)를 차지했고 향후 이용을 희망하는 앱으로는 1위(38.8%)에 오를 정도로 반려동물 건강에 관심이 크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반려동물 의약품은 인체용 의약품과 무관하지 않고 접점이 있다”라며 “제약사들이 이미 가진 인프라가 있어 시장 접근성이 용이하고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시장 잠재력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규모는 2019년 102억2016만 달러(약 12조138억 원)에서 2027년에는 137억4225만 달러(약 16조15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970년대부터 가축 및 가금용 구충제, 항생제, 양돈·양계 전용 영양제 등 오랜 시간 동물약품 관련 사업을 해온 유한양행은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치료제를 내놨다. 지난 5월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를 국내 최초로 출시하며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개발 시간 및 비용도 적다”라며 “반려동물 시장 자체가 계속 커지고 있어 다양한 카테고리 추가해 사업을 지속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동국제약도 사료·영양제 등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을 하면서 지난 3월 동물용 의약품 제조·수입 및 판매업을 신규 사업에 추가해 영역을 확대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동국제약은 자사 간판 제품인 ‘인사돌’과 같은 추출물을 사용한 반려견 전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마데카크림 등 화장품 사업 성공 이후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반려견뿐 아니라 반려묘 관련 의약품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최근 반려동물 서비스 업체 ‘대웅펫’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반려동물 의약품 및 의료서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대웅제약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업계도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널리 알려진 분자진단 기업 랩지노믹스는 반려동물 암 진단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7월 랩지노믹스는 펫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핏펫과 '액체생검을 활용한 반려동물 종양 바이오마커 개발'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신재훈 랩지노믹스 이사는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하는 일환으로 반려동물 시장을 선택했다”라며 “아직까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고도화된 종양 진단기술이 상용화돼 있지 않아 가치가 높을 것이라 판단해 진출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이 주타깃이지만 앞으로 반려동물 분자진단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