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의 활용도 낮은 삼각형…車 디자인의 대표적 기피 요소
알파로메오는 역삼각형 그릴로 개성 강조
현대차도 6세대 아반떼 부분변경 때 도전해
메르세데스-벤츠도 S-클래스 출시 때 시도
삼각형은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기피’ 사항이다. 기피를 넘어 사실상 금기에 가깝다.
선과 선이 만나고 면과 면이 맞닿는, 움직이는 조형물(자동차)을 만드는데 삼각형은 비효율적이다. 시각적으로 불안정하고 면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예컨대 삼각형으로 만든 집은 널찍한 바닥 면을 지녔지만 정작 사람이 움직이는 공간은 바닥 면적과 비교해 제한적이다. 삼각형 테이블도 마찬가지. 사각 테이블과 비교해 차지하는 바닥면적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마주 앉을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이다.
결국,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온 독일 공산품은 한때 '네모반듯'한 디자인만 추구했다. 이른바 ‘바우하우스’ 디자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독일 차가 하나둘 바우하우스를 벗어나 다양한 디자인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독일 차=디자인이 멋진 차’라는 등식도 완성했다.
물론 유럽 차 가운데 독특한 삼각형을 브랜드의 특징으로 삼은 곳도 있다.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알파로메오'다. 역삼각형 엠블럼을 앞세우던 알파로메오는 이 엠블럼 형상을 역삼각형 그릴로 발전시켰다.
알파로메오의 독특한 역삼각형 그릴은 호불호가 뚜렷하다. 동시에 이런 독특함을 매력으로 여기는 마니아층이 뚜렷하기도 하다.
특정 계층을 겨냥한 '니치(틈새) 브랜드'의 경우 디자인적 자유도가 높다.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눈길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필수다.
이와 달리 다양한 차종을 앞세운 대중 차 브랜드에 있어서 이런 도전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성과 개성 사이에 존재하는 날카로운 경계선을 쉽게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 국산 차 가운데 삼각형 디자인에 도전한 차가 현대차의 6세대 아반떼 부분변경 모델이다. 6세대 초기 디자인은 “역대 가장 뛰어난 아반떼 디자인”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와 달리 부분변경 모델은 전조등과 안개등을 삼각형으로 그렸다. 심지어 전조등의 날카로운 꼭짓점은 전면 그릴을 날카롭게 파고든, 이제껏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이었다.
삼각형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앞범퍼의 공기 흡입구와 후미등, 알루미늄 휠 등 차체 디자인 곳곳에 파고들기도 했다.
이런 과감한 시도는 이제 대중 차를 넘어 고급 차 브랜드로 확산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최근 삼각형 디자인 요소를 속속 도입 중이다. 앞서 콘셉트카를 통해 삼각형 디자인의 가능성을 선보인 벤츠는 소형차 A-클래스를 시작으로 하나둘 역삼각형 디자인을 도입 중이다.
결국, 벤츠의 최고봉 S-클래스가 후미등에 역삼각형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과감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벤츠가 추구하는 역삼각형 기조는 상대적으로 정삼각형보다 안정적이고 웅장한 아우라를 풍긴다.
아직 대중 차 또는 고급 차 브랜드 가운데 삼각형 디자인에 도전하는 브랜드는 소수에 불과하다. 삼각 형태를 지닌 4각형과 5각형 등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자동차 디자인에 삼각형을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자동차 회사에는 모험이자 도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