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는 4배 이상 차익 '방긋'
고 정주영 회장 20주기 행사도 잇따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 4곳(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건설)은 이달 15일 SK가스에서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2층 건물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건물 지분은 현대차가 48%,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건설이 각각 27.3%, 16.9%, 7.8%씩 나눠 가졌다.
대지면적 1736㎡, 연면적 959㎡인 이 건물은 2001년까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소유였다. 명의는 정몽구 회장 앞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론 현대가 전체가 영빈관으로 사용했다. 현대그룹 사장단 회동 등 현대그룹 행사와 정주영 회장 생일 같은 현대가 가족 모임 등이 성북동 영빈관에서 열렸다.
2001년 정주영 회장이 타계하자 정몽구 회장은 그해 성북동 영빈관 소유권을 동생 정몽준 현(現) 아산재단 이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으로 넘겼다. 현대중공업은 이 건물을 15년 동안 보유하다 현금 확보를 위해 SK가스에 매각했다.
성북동 영빈관이 현대가 품에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5년 만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영빈관을 되찾기 위해 SK가스에 200억 원을 지불했다. 건물 3.3㎡당 6897만 원꼴이다. 5년 전 SK가스가 현대중공업에서 이 집을 산 돈(47억437만 원)의 네 배가 넘는 금액이다. 서울 부촌으로 꼽히는 성북동 안에서도 올해 들어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 건물이다.
현대차그룹은 성북동 영빈관을 어떤 용도를 활용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매입에 참여한 한 계열사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계열사가 건물을 공동 매입했다면 그룹 차원에서 의미 있는 데 사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매입이 정주영 회장 20주기와 관련 있지 않겠느냐고 해석한다. 현대가와 정주영 회장 부침(浮沈)에 성북동 영빈관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가에선 정 회장 20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리는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현대가 종가 노릇을 하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정주영 회장이 생전 머물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을 공개했다. 정주영·정몽구 회장을 거쳐 현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소유인 이 자택 모습이 공개된 건 정주영 회장 타계 후 20년 만이다. 정의선 회장은 올 봄 현대차그룹 계동 사옥에서 열린 추모 사진전도 직접 찾아 할아버지 정주영 회장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