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
“인권을 떠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지난 23일 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 탈북민 이정호 씨가 국민의힘 미국 방문단을 만난 자리에서 외친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인 ‘K평화’에서 북한 인권이라는 개념은 찾기 힘들다.
문 정부 집권 이후 북한 인권은 우리 사회에서 금기어가 됐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우리 정부가 3년 연속으로 불참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정부 예산은 3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토막 났고, 외교부 북한 인권 대사는 5년째 공석이다.
무엇보다 의아한 사실은 인권 대통령을 표방하는 문 대통령이 유독 북한 인권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태도를 보았을 때 문 대통령이 ‘절대적·보편적 인권’이 아닌 ‘상대적·특수적 인권’을 지향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정치적으로 유리한 인권 문제만 취사선택하는 ‘체리피킹’인 것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이유는 절대적 가치인 인권보다 현실적 가치인 국익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역린인 북한 인권을 언급하게 되면 문재인식 ‘K평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물론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현실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정치적 계산으로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보편적 가치가 있다. 자유와 인권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인권 문제를 희생하고 그토록 원하던 국익을 얻어냈을까.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겠다는 문 대통령의 포부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인권 문제에 대한 ‘전략적 침묵’의 대가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김여정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 탄도미사일 발사로 돌아왔다.
초라한 대북외교 성적표를 받아든 문 대통령은 최근 유엔 연설에서 회심의 카드로 종전선언을 꺼내 들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여정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반응을 보이니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이다.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으로 김정은과 김여정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에 눈을 감은 채 한반도 평화를 이루어내겠다는 것은 허구다. 문재인식 대북외교는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김정은이 체제를 유지할 명분을 만들어줄 뿐이다. 이는 곧 김정은에 의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과 탄압을 장기화하는 것이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는 거꾸로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앞장설 때 이루어질 수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같은 목소리를 내며 김정은 체제의 명분과 정당성을 깨트려야 한다. 김정은이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서지 않고는 생존할 길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국제사회로 나오게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주장에 정부와 여당은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과 같은 북한의 대규모 도발을 우려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유화책은 북한 도발이라는 불씨가 폭발하는 시점만 뒤로 미룰 뿐이고, 오히려 지원이 끊겼을 때 북한이 더 큰 도발을 해 올 가능성만 키우는 것이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는 ‘K방역’, ‘K컬처’와 같이 자랑하고자 하는 성과에 ‘K’라는 수식어를 붙여 왔다. 국제사회는 ‘K인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볼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정치적 유불리와 상관없이 모든 인권 문제를 동등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인권 문제, 홍콩 문제 등에는 침묵하며 유리한 인권 문제만 ‘체리피킹’하는 것이 ‘K인권’이라는 국제사회의 조롱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