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특혜 의혹] 메리츠컨소시엄, '성남의 뜰' 들러리였나?

입력 2021-10-05 05:00수정 2021-10-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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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메리츠 컨소시엄(메리츠증권+외환은행)을 향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평가 최고 배점에 해당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업자 선정 당시 하나금융지주 동일 체제에 있었던 만큼, 통합 과정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경쟁 구도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상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이미 낙점해 놓고, 나머지 컨소시엄을 들러리 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사업제안서 평가 최고 배점인 ‘재원조달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제안서 평가 점수는 총 1000점(사업계획 평가 650점, 운영계획 평가 350점)이었다. 모든 평가 항목은 상대평가나 절대평가 대상이었다. 세부 배점 100점짜리는 ‘재원조달의 조건’과 ‘보상계획 수립 시 다양한 보상계획 수립’, 이 두 개 항목뿐이었다. 그중 ‘재원조달의 조건’은 별도평가였다. 상대평가가 혼용되는 만큼 사업권을 따내려면 배점이 높은 항목은 당연히 충족해야 했다.

산업은행 컨소시엄은 자금조달 방안 중 ‘신용보강(안)’으로 ‘임대주택용지(성남도시개발공사 이익정산 부지 제외) 미분양 시 매입확약(단, 분양용지 전환 조건)’을 계획서에 담았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해당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메리츠 컨소시엄에 참여한 금융회사가 메리츠증권과 외환은행, 단 두 군데뿐이라는 것도 석연치 않다. 산업은행 컨소시엄은 산업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대우증권 등 4개사가 참여했다.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계획에도 산업은행, 부국증권, 스카이자산개발, 리치웍스 등 4개 회사로 구성하려고 계획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삼성화재, 동부화재,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17개 금융회사가 동의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향서를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하나은행 컨소시엄도 국민은행, 기업은행, 동양생명 등을 제시했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의 공동 참여’만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메리츠 컨소시엄이 조달하려고 했던 타인자본은 1조1600억 원이다. 원화신디케이티드론으로 메리츠증권과 외환은행이 5800억 원씩 부담하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당시 5200억 원짜리 서초동꽃마을 복합시설 개발사업에 참여해 1100억 원을 약정한 실적을 보유했다. 업계에서도 PF 시장에서 메리츠증권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5800억 원 조달은 가능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안정적 사업 추진을 위한 리스크 분담 차원에서 구성업체와의 관계가 중요했던 만큼 외환은행만 대표 참여사로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업 공모가 진행된 2015년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다. 하나금융은 2012년 1월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한동안 분리 경영했다. 2014년 7월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2014년 10월 하나·외환은행 이사회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9월 1일에 공식 합병했다.

업계에서는 분리 경영을 했다고 해도 동일 금융지주 체제에서 경쟁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드물지만, 특히 대장동 사업에 입찰을 동시에 한 시기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추진하던 시기여서 더욱 의아하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동일 금융지주에 속해 있으면 컨소시엄을 같이 구성해서 사업에 들어가지 경쟁하지 않는다”며 “당시 하나은행, 외환은행 모두 하나금융 체제에 있었는데 왜 따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인수합병(M&A) 과정에 있는 경우 실사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인수회사가 피인수회사의 대규모 사업이나 투자를 파악하지 못하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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