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새 2% 가까이 올라
강달러, 주식 등 고위험 자산 투자심리 악영향
신흥시장 부채 팽창 우려도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16개국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WSJ달러지수가 최근 지난해 9월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지수는 6월부터 꾸준한 오름세를 타더니, 최근 1개월 동안에는 2% 가까이 상승했다.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와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달러 가치 오름세에 탄력이 붙었다.
현재의 달러 강세는 전형적인 ‘달러 스마일’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는 글로벌 경제가 침체하고 투자자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안전 자산으로서의 매력이 커져 강세를 띠게 된다. 반대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타국을 웃도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을 때에도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 의욕이 높아진다. 이러한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가격이 올라가 마치 미소를 짓는 듯한 모양이 나타난다며 ‘달러 스마일’이라 불리게 됐다.
WSJ는 “지금 상황이 바로 달러 스마일에 부합한다”며 “이 스마일의 두 가지 요소가 투자자들의 달러 매입을 촉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국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예상보다 이르게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달러 강세의 한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 에너지 가격 상승, 중국과 영국의 산업 생산 위축 등이 세계 경기회복 전망을 짓누르면서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의 리 하드만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추가적인 둔화 위험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이 각지의 기업과 소비자에게 타격을 주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염려를 제기할 것이다. 이는 달러 강세를 부추긴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러한 달러 강세가 주식 등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금융정보업체 펙트셋에 따르면 S&P500에 속한 기업들은 매출의 약 4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현지 통화로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줄게 된다. 또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은 고액의 달러화 표시 부채가 팽창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커다란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제임스 애터 애버딘스탠다드인베스트먼트 수석 투자 매니저는 “강달러는 ‘레킹 볼(Wrecking ball·철구)’이 될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국제 금융시장 환경을 팽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레킹 볼은 철거할 건물을 부수기 위해 크레인에 매달고 휘두르는 쇳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