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서더턴 CEO “HAAH 파산 뒤 직원 없어”
중국차 판매계획 철회 이후 '신뢰도' 추락
가맹 계약금 손해로 손해배상 소송에 노출
쌍용자동차 본입찰에 나선 ‘이엘비앤티 컨소시엄’에 대한 인수ㆍ합병(M&A) 업계의 의문이 확산 중이다.
미국 경영자문사는 "해당 컨소시엄에 참여한 '카디널 원 모터스(카디널)'는 현재 미국 판매망이 무너진 상태"라며 "쌍용차를 미국으로 가져와 판매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라고 분석했다.
6일 이투데이 취재와 투자업계 분석 등을 종합해보면 '이엘비앤티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쌍용차의 미국 수출”을 공언했던 ‘카디널’은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업공시(SEC)에도 이 회사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앞서 카디널은 이엘비앤티, 파빌리온PE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쌍용차 본입찰에 참여했다. 입찰가 5000억 원 초반을 제시하며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경쟁사인 '에디슨모터스 컨소'보다 약 2000억 원 더 높은 금액이었다.
이들은 본입찰 참여와 함께 다양한 쌍용차 회생 전략도 내세웠다.
먼저 △이미 확보한 사우디 전기차 수출물량의 쌍용차 이관 △카디널을 통한 미국 수출 확대 △이엘비앤티 보유 전기차 기술의 쌍용차 이전 △FI(재무적 투자자) 파빌리온 PE를 통한 중장기 투자 확대 등을 강조했다.
앞서 카디널의 전신인 'HAAH 오토모티브'는 올 상반기까지 중국 체리(Cherry) 자동차를 미국에 팔기 위해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미ㆍ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끝내 HAAH를 청산했다.
카디널은 쌍용차 인수를 추진했던 'HAAH'가 파산한 뒤 지난 7월 설립한 신설 법인이다.
이엘비앤티는 본입찰 직후 내놓은 입장자료를 통해 “카디널이 미국과 캐나다에 확보한 총 135곳의 판매망을 활용, 쌍용차의 미국 수출을 시작할 것”이라며 “카디널의 인증 역량을 바탕으로 2023년부터 쌍용차의 미국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카디널이 주장한 판매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계 경영 자문사인 ‘브리징 컬처 월드와이드(BCW)’는 이투데이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HAAH가 파산한 뒤 설립한 카디널은 현재 보유 딜러망은 물론, 직원이 한 명도 없는 회사”라며 “카디널 측은 쌍용차를 미국으로 가져와 판매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라고 분석했다.
BCW는 미국계 경영 자문 업체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효성 등 국내 주요기업의 경영 자문사로 활동해 왔다. 특히 돈 서더턴 CEO는 현대차 관련 서적을 출간하는 등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깊은 이해도를 지닌 인물이다.
서더턴 CEO는 “카디널의 듀크 헤일 회장은 중국 조티에(Zotye)와 체리 등의 미국 판매를 추진하다 두 번이나 실패했다”라며 “미국의 판매회사들은 꽤 명민한 사업가들이다. 세 번이나 ‘같은 함정(same trap)’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30여 곳의 딜러사가 중국차 판매를 위해 약 4만5000달러(약 5300만 원)씩 지급했지만 회사(HAAH 오토모티브) 파산으로 투자금의 100%를 잃었다"라고 덧붙였다.
법적 분쟁에 휘말릴 우려도 제기된다. 서더턴 CEO는 미국 현지 전문가(Expert) 집단의 면담을 통해 “HAAH 오토모티브는 물론 카디널과 듀크 헤일 회장을 상대로 한 딜러사들의 법적 소송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라고 우려를 더 했다.
이와 관련해 이엘비앤티 관계자는 "한때 130곳이 넘는 딜러 네트워크를 보유했던 만큼, 전체 판매망이 모두 무너졌다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라며 "카디널은 이들과의 끊어진 관계를 모두 복원할 계획이다. 듀크 헤일 회장에게 직접 확인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본입찰 단계에서 공언했던, 적어도 '미국 딜러망 135곳' 가운데 일부는 현재 계약 실효 상태임을 시인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