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탄 채 남은 쿠팡 덕평물류센터를 바라보며

입력 2021-10-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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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무 유통바이오부 기자

개천절 연휴 가족 여행을 마치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창밖으로 멀리 시커먼 산 같은 느낌의 큰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6월 대형 화재가 발생해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김동식 소방령의 목숨을 앗아갔던 쿠팡의 이천 덕평물류센터였다.

연면적이 축구장 15개 넓이와 맞먹는 12만7000여㎡(3만평) 규모이다 보니 멀리서도 한눈에 띄었다. 사고 발생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건물은 화마에 그을리고 뼈대만 남은 상태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화재 발생 이후 무엇이 바뀌었을까. '사고 이후'가 궁금해 쿠팡 측에 물어봤다.

물류센터 건물 철거 작업이 진행중인지를 묻자 쿠팡 측은 "철거를 위해 (이천)시와 소방당국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안전 진단 업체를 통해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철거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철거 작업은 답보 상태였다. 사고 후 기존 물류센터에서는 안전 수칙이 강화됐는지도 궁금했다. 이 관계자는 "쿠팡은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안전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는 없었다.

사고 처리 지연이나 추가 조치 미이행보다 더 큰 문제는 허술한 소방 안전 체계가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면적 10만㎡ 이상 물류창고 5개와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 35개소의 화재수신기 로그 기록(7월 1~10일)을 분석한 결과 30개소에서 570회의 화재 신호 오작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415억원의 손실을 낸 덕평물류센터 화재 원인도 방재실 관계자들이 화재 경보를 오작동으로 간주해 6차례나 끄면서 화를 키운 탓이었다.

화마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예방이다. 오 의원은 "소방 대상별로 수신기 로그 기록과 오동작으로 인한 출동 사례 등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제출받아 분석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의 화재 예방 관리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안전 전문 인력 고용과 관련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덕평물류센터가 검게 탄 모습으로 흉물처럼 남아 있는 동안, 사고에 대한 반성과 예방을 준비하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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