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상으로 유아동복 시장은 정체에 빠졌지만, 한 명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행태가 뚜렷해지면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성인복 업체가 유아 카테고리를 넘보는가 하면 패션 플랫폼도 유아동 카테고리를 속속 론칭하며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11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8월 발간한 ‘한국패션마켓트렌드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동복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한 3105억 원을 형성했으며, 올 하반기에도 2.8% 하락한 5400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던 이 시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도 소비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유아동 시장이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업계 간 경쟁은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 명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문화가 퍼지고 소비 핵심축으로 떠오른 MZ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이들이 패션,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출산, 육아용품 구매까지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는 소비패턴이 작용한 결과다.
국내 대표 SPA 브랜드로 자리잡은 신성통상 탑텐의 키즈 브랜드 '탑텐키즈'는 2년 연속 30%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쟁 SPA 브랜드에서 키즈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평균적으로 10% 수준인데 비해, 탑텐의 '키즈' 비중은 30%를 차지한다. 탑텐키즈는 지난해 유니클로키즈를 꺾고 연 매출 약 11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며 성인 SPA를 넘어 키즈 SPA 브랜드내 1등 굳히기에 들어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인 유니클로가 2019년 일본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급감하는 동안 탑텐은 반대급부로 수혜를 입으며 성인복뿐 아니라 키즈 시장에서까지 대표 SPA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에서의 경쟁은 더 치열하다. 31~45세 사이 'MZ부모'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이랜드리테일의 유아동 브랜드 ‘키디키디’는 아예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출범해 올해 1분기부터 베이비, 유아동용품과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키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추가로 유치해 연 매출 1000억 원 규모의 유아동 전문 플랫폼을 대표하는 '키즈계의 무신사'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LF의 보리보리는 '영맘'을 겨냥한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LF 보리보리는 2019년 1월 집계 이후 매월 아동의류 쇼핑앱 월간 사용자 수 1위를 기록해왔다. 유아동의류 쇼핑앱 전체 사용자 수 50만 명 중 42.5%(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 인덱스 집계 기준)의 사용자를 자랑한다. 올 하반기에는 온라인과 더불어 회원 유입이 급증하는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여 모바일 시장에서도 선두를 굳히겠다는 복안이다.
패션 플랫폼 역시 아동복 시장의 성장여력에 주목하고 있다.
자타공인 패션플랫폼 1위 무신사는 최근 키즈 전문 패션 플랫폼 '차일디' 투자자에 이름을 올렸다. 차일디는 무신사 파트너스, 패션 브랜드 ‘커버낫’을 운영하는 배럴즈 등을 포함해 17억 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무신사는 지난 5월 '키즈 무신사' 등 아동복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며 키즈 카테고리 론칭을 준비 중이다.
여성 패션 이커머스 '브랜디'의 버티컬 육아 쇼핑커머스 ‘마미(MAMI)’는 패션 부문 거래액이 론칭 시점 대비 2.5배 증가했다. 가장 많이 팔린 상품군은 유아동 의류를 비롯해 임부복 및 원마일웨어, 슈즈 등이었다. 8월 기준 3040 여성 패션 관련 브랜드 입점수는 론칭 시점보다 약 2배 이상 늘었고, 월 거래액은 무려 10배로 성장했다. 마미는 이달 초 나를 위한 투자에도 아낌없는 MZ세대 엄마들의 가치 소비를 반영해 '맘's 라이프' 카테고리를 신설, 육아맘을 위한 패션과 뷰티, 기프트 등을 제안하며 신규업체 입점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