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주액 2조, 성장비결은 '인재'
'건설사=금융사' 철학으로 매진
고급화 지향 '평택 엘크루' 인기
3년 새 건설사 두 곳(대우조선해양건설·성지건설)을 잇따라 인수한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건설사 두 곳을 동시에 끌어갈 업계 다크호스로 부상한 김 회장은 최근 이투데이 본지를 통해 자신의 경영 철학과 포부를 야심차게 전했다.
주택사업에 대한 김 회장의 관심은 '실패'에서 비롯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모기업인 한국테크놀로지에서 에너지사업의 하나로 플랜트 사업을 수년간 추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녹록지 않은 건설업에서 쓴 맛을 본 김 회장은 주택·토목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2019년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했다. 당시 이 회사의 연간 수주액은 약 2500억 원. 김 회장은 이듬해 이를 7400억 원으로 끌어올렸고, 올해 상반기에는 1조 원 규모로 불렸다.
파죽지세의 성장 동력엔 인센티브 제도가 있었다. 그는 "100대 건설사 중 인센티브를 최고 수준으로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는 기존 인센티브에 플러스를 알파를 얹는 '슈퍼스타 제도'도 수립 중이다.
'건설사는 곧 금융사'라는 경영철학도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아파트는 곧 금융자산으로, 건설사는 가치를 키울 책무를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TV 광고보다 철저한 사후 관리(AS)가 소비자의 체감과 만족도를 높여 브랜드 각인 효과로도 이어진다고 믿었다.
이 철학을 실현한 곳이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14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평택 뉴비전 엘크루')다. 김 회장은 이 단지를 고급화하기 위해 외관 도색과 조경을 과감하게 갈아엎었다. 그는 "추가적인 행정 절차를 거쳐서라도 무채색으로 외관을 바꾸고, 벚꽃나무는 전부 뽑아 아파트 6~7층 높이의 소나무로 대체하는 대대적인 교체 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강남 고급 아파트의 설계가 평택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아파트의 웃돈(프리미엄)은 현재 최대 2억 원 수준이다. 통상 15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에선 준공 후 4만5000건 하자 민원이 들어오는데, 이 단지의 민원은 3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 주민들의 만족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최근 새 '엘크루' BI(브랜드 아이덴티티) 론칭 제막식도 이 곳에서 열었다. 엘크루는 2007년 당시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모기업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이 주택부문 진출을 위해 만든 주거 브랜드로 엘레강스 크루즈(legant Cruise)의 약자다. 바다 위 호화롭고 여유로운 크루즈 생활을 땅 위에서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는 "엘크루의 의미를 알고 크루즈 같은 고급스럽고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한 아파트를 짓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사실상 엘크루는 평택 단지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환골탈태한 셈이다.
건설업에 대한 김 회장의 공세는 올해 더 거세졌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 2년 만에 성지건설까지 손에 넣었다. 그는 "성지건설은 브랜드 평판 조사 때마다 30위권 안에 들 정도의 높은 인지도를 가진 곳이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가진 영업 파워가 더해지면 그룹 내 건설부문의 수주액이 5년 안에 국내 건설 수주액 20위 권에 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회장은 건설업에 대한 열정 못지 않게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포부도 컸다. 25년 간 업력을 쌓으며 사업 확장과 이익에 매진했다면, 최근 들어선 '겸손한 관리자'가 되려는 신념이 강해졌다. 그가 카누와 컬링 등 비인기종목의 연맹 회장 자리에 잇따라 앉은 것도 이런 이유다. 김 회장은 지금이 인생의 변곡점이라고 말한다. "계정조차 없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개설해 컬링을 홍보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면서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려 합니다. 앞으로 어떤 경영인으로 살지에 대한 고민의 무게가 한없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