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위드 코로나를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접종은 모두 해외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으로 이뤄졌고, 그로 인해 수급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정부 역시 백신 자급화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아직 국산 백신 개발이 가시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는 총 8곳의 제약·바이오기업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임상의 마지막 단계인 3상에 진입한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한 곳뿐이다. 정부가 공언한 '내년 상반기 국산 백신 상용화'는 바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을 놓고 하는 말이다. 만일 이 백신이 개발에 차질을 빚는다면 국산 백신 탄생은 또다시 한걸음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등을 위해 내년에 5265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 중 백신·치료제 임상 지원과 국산 백신 선구매까지 포함해 배정된 예산이 3210억 원이다. 올해 본예산(1528억 원)보다는 2배로 늘어난 규모가 이 정도다. 예산이 한정된 만큼 충분한 지원이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미국은 코로나19의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되자마자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초고속 작전'을 실행해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쏟아부었다. 그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개발에 성공해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막대한 무기를 거머쥐었다. 영국도 지난해 5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억 회분을 선구매해 개발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정부 당국의 빠른 판단과 전폭적인 지원이 백신 자급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국산 백신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개발되려면 정책적·자금적으로 완벽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K방역 성공의 추억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유례 없는 질병에는 유례 없는 지원이 필요한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