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고성능 칩보다 13배 빨라”
겔싱어 인텔 CEO “애플, 우리보다 더 나은 칩 만든 것 인정”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 애플파크에서 온라인으로 스페셜 이벤트를 열고 새롭게 자체 개발한 칩 ‘M1 프로’와 ‘M1 맥스’, 이를 탑재한 노트북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업계가 주목한 것은 애플의 비밀 병기 ‘M1 프로’와 ‘M1 맥스’였다. 애플은 지난해 6월 2022년까지 인텔 프로세서를 자체 설계한 컴퓨터 칩 이른바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같은 해 11월 인텔 칩 대신 자체 설계한 ARM 기반의 ‘M1’ 칩셋을 탑재한 맥 노트북과 아이맥, 맥미니, 아이패드 프로 등을 선보였다. 이날 공개한 ‘M1 프로’와 ‘M1 맥스’는 M1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M1 프로와 M1 맥스의 성능은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M1 프로는 최대 10코어 중앙처리장치(CPU)를 갖춰 지난해 선보인 M1보다 속도는 70% 빨라졌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은 2배 빨라졌다. 5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기반으로 만드는 M1 프로는 M1보다 2배 이상인 337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됐다. M1 맥스는 더 빠르다. 57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틀어간 아키텍처 칩으로, M1보다 GPU 성능이 4배 빠르다. 인텔 칩을 탑재한 이전 모델 기준으로는 13배가 더 빨라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애플은 프로세서 성능과 더불어 전력 소비 효율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4인치형 맥북 프로 배터리 수명은 동영상 재생 기준 최대 17시간, 16인치형은 최대 21시간에 달한다. 이는 맥 노트북 사상 가장 긴 배터리 사용 시간이라고 애플 측은 설명했다. 또 노트북 배터리를 50%까지 급속 충전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한다. 맥북 프로 가격은 14인치가 1999달러(약 235만 원)부터, 16인치는 2499달러부터 시작된다.
애플이 압도적인 고성능의 자체 개발 칩을 선보이면서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당장 인텔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애플은 인텔의 주요 고객사다. 인텔은 2006년부터 맥북에 칩을 공급해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PC 시장에서 맥북은 약 9% 점유율을 확보하며 레노버와 휴렛팩커드(HP), 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지난 15년간 맥북 프로에 최고급 사양의 칩을 제공한 인텔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으며, 이날 공개한 새로운 칩은 인텔의 최고사양 칩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IT 전문지 씨넷은 “애플의 독자 개발 칩은 수십 년간 이어온 인텔의 PC 프로세서 지배력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의식한 듯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행사 전날 한 인터뷰에서 “애플이 우리보다 더 나은 칩을 만든 것을 인정한다”며 “이제 그들보다 더 좋은 칩을 만들어 애플 사업을 되찾아 오겠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은 3세대 신형 에어팟과 무선스피커 홈팟미니도 함께 공개했다. 아이팟과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와의 통합 기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애플뮤직 구독서비스인 ‘보이스’ 요금제도 선보였다. ‘보이스’ 요금제는 시리를 통해서만 작동하는 음악 구독서비스다. 요금은 월 4.99달러로 기존 애플뮤직 월 구독료(9.99달러)의 절반으로 책정됐다. 보이스 출시 소식에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주가가 이날 장중 한때 1%대 하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