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반도체대전(SEDEX) 기조연설자로 나서
“과거 방법으로는 현재 당면한 기술 난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소재·부품·장비사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26일 ‘제23회 반도체대전(SEDEX)'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사장은 '반도체, 포스트 코로나의 미래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사장이 언급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한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폭증한 데이터 사용량과 관계가 있다. 반도체 사용량이 많은 응용처인 인공지능(AI) 산업을 살펴보면, 기존 AI 워크로드(업무량)는 2년에 2배씩 증가했지만 최근 들어 3~4개월에 2배, 1년엔 10배가량 급증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여타 미래산업의 데이터 처리 증가량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반도체 발전 속도만으로 대응이 어려울 정도의 데이터 폭증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반도체 응용처 시장은 2020년 4600억 달러에서 2025년 6600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응용처들은 초고속 네트워크 기반으로 상호연결되며 또 다른 데이터를 양산하게 된다.
미래 대응을 위한 반도체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지만, 기술적 어려움은 커졌다. 이 사장은 “성능 증대 요구에 맞춰 필요한 CPU 코어와 트랜지스터 숫자가 커지며 웨이퍼 수율이나 후공정 처리 등에서 양산 난도가 높아졌고, 전력 소모량 역시 성능증가 속도를 뛰어넘어 칩 크기가 커지는 만큼 성능이 나아지지 않는 ‘다크 실리콘’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선 2나노(nm·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1나노 이하 기술 확보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 미세화 속도도 저하되고, 단위 면적당 원가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경제성 측면에서도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전과 같은 미세공정 개발만으로는 반도체 산업 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사장은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업계의 노력을 열거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선 EUV(극자외선)와 HKMG 등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들여온 것, 패키지(후공정) 부문에선 EMIB 등의 2.5D 기술, 실리콘관통전극(TSV)을 활용한 3D 기술 제품화에 성공한 점,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도 게이트올어라운드(GAA)와 같은 새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기술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체적인 제품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반도체 업계의 움직임이다. 미세공정 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간 경계를 허물고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사장은 “지금은 CPU 업체가 GPU를, GPU 업체가 CPU를 만든다. 클라우드 업체가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개발업체와 사용업체 경계 모호해지며 다양한 반도체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라며 “즉 소재ㆍ부품ㆍ장비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굳건한 협력을 통한 기술 혁신만이 반도체 산업을 지속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세화 패터닝과 고적층 V낸드 등 위한 신소재 개발 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헤쳐나갈 인력 양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반도체 인력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하고 다양한 투자와 노력을 이어가고 있고, 기업과 학계도 활발히 소통 중”이라며 “단기간 구호가 아닌 장기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