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청약시장으로 몰릴 듯
입지 따른 지역별 양극화 우려도
"자금력 기반 매수 의향 못 꺽어
집값 안정 효과엔 제한적일 것"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받아 집을 사는 ‘영끌’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됐다. 전문가들도 이미 집값은 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랐는데 대출 문턱까지 높아져 매수세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축소가 불가피하고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커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주택 구입 수요를 당분간 억누를 뿐 수요 자체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많다. 일각에선 주택 매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거래시장은 얼어붙겠지만 입지에 따른 양극화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26일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의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대책으로 가계 대출 문턱은 높아지겠지만, 돌발적인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제어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에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대출 축소가 불가피하고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수년간 집값이 다락 같이 오른 상황에서 금융권의 대출 옥죄기로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줄고, 집값도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는 최근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8~9월 매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0.40%까지 치솟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최근 5주 연속 36.0%→34.0%→0.34%→0.32%→0.30%로 내리 꺾였다. 서울 아파트값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간 급등세의 피로감과 고점 인식의 확산, 대출 축소 여파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이번 가계부채 방안과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더해져 부동산 구입심리를 더 누를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 급등에 대한 누적된 피로감 등으로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 상승률도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시장으로 풍선효과(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튀어오르는 현상)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아파트 매입이 막히면 청약통장을 보유한 무주택 실수요자의 경우 공격적으로 청약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함 랩장은 "3기 신도시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최근 주택시장에서 나타난 반발을 감안해 분양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재건축·재개발 주택에 대한 이주비 대출, 추가 분담금에 대한 중도금 대출 등을 개인별 DSR 계산 시 예외로 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일각에선 규제지역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차주별 DSR 등에 따라 대출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에도 집값이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가계부채 대책이 주택매수를 억누를 수는 있으나 집을 사겠다는 의향 자체를 꺾는 건 아니다"라며 "특히 대출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금액대의 거래나 구매력이 충분한 수요자들의 매수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양극화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의 심화 가능성을 점쳤다. 함 랩장은 "무분별한 주택 구입보다 대기수요가 꾸준한 신축 아파트, 교통망 개선을 앞둔 단지, 공급이 희소한 지역이 위주로 매수세가 몰려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여러 채를 소유하기 보다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려는 심리가 더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