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 발의
지역조합 '사기성 광고'도 사정권
앞으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을 따내기 위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여당이 정비사업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허위·과장 광고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조합원에게 유포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은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비사업을 시행 중이거나 시행하려는 건설업자가 허위·과장 광고 등을 주민들에게 퍼뜨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내놨다. 법안 발의에는 천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10명이 참여했다.
구체적으로는 건설업자의 거짓·과장 및 기만 및 비방, 부당하게 비교하는 광고 등을 금지한다. 만약 이런 광고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하면 건설업자는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법안과 관련해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이르면 내년 상반기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천 의원은 “최근 도심 내 정비사업이 활성화하면서 민간 정비업체가 주민에게 허위 또는 과장 광고 등을 전달하는 경우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현행법상 허위·과장 광고를 제재할 근거가 없어 법안을 발의했다”고 했다.
도심 정비사업장 내 건설업자의 허위·과장 광고 제재 법안이 통과되면 건설사 간 ‘과열 수주전’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현행 기준은 국토교통부 고시 사항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에만 ‘건설업자 등이 입찰서 작성 시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해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해선 안 된다’(제30조)는 내용이 있을 뿐이다. 이를 어겨도 정부나 담당 시청은 입찰 무효 등 시정조치를 권고만 할 수 있다.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일단 정비사업 수주를 따내야 하는 건설사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공약을 남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에 참여했다가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은 건설사 3곳은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건설사들은 ‘분양가 보장’과 ‘선(先)임대 후 분양’ 등 지키기 힘든 공약을 남발했다. 분양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을 적용받아 공공기관이 별도로 책정한다.
이에 서울시와 국토부가 사상 처음으로 위법사항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고 재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건설사를 처벌할 관련법이 없어 단 한 곳도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분양가 보장 항목과 임대 후 분양 등 공약은 건설사가 이를 어길 시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할 일이지 과장 광고는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앞에선 환심을 사고 뒤에선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조합원 피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건설사와 정비업계 전체의 신뢰를 깎아 먹는 일인 만큼 법안이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기 분양’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역주택조합사업(조합원아파트) 관련 허위·과장 광고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은 도시정비법이 아닌 주택법의 적용을 받아 해당 발의안과 별로 발의해야 한다”며 “이번 법안 발의 때 함께 내놓지 못했지만, 조만간 구체화해 허위 광고 근절 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자가 조합을 설립해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말한다. 일반 재개발보다 절차가 간소하고 조합이 직접 토지 확보 후 건축비를 분담하기 때문에 집값이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소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사업성 부풀리기 등 허위 홍보가 잦고 조합 운영 비리 등 문제로 실제 사업 완료율은 20%에도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