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자금지원 논란 억울…요청 계획이 잘못 보도되면서 발생한 일”
“중국 부품, 국내산 ‘스웰링’ 현상으로 교체…가격 낮추고 품질 높일 것”
쌍용자동차 인수를 목전에 둔 강영권 에디슨 모터스 회장이 쌍용차 운영 방식을 기존 니치마켓(틈새시장)에서 대량생산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해외 JV컴퍼니를 통해 연간 최대 10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에디슨 모터스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세계 20개국에 조인트벤처 컴퍼니를 설립하고 각 회사가 30만 대에서 50만 대를 생산하는 체계를 생각하고 있다”며 “연간 600만~1000만 대 파는 회사들이 있는데 (대량 생산 체계를) 2030년까지 실제로 실행하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그간 틈새시장을 겨냥한 니치브랜드로 경쟁력을 키웠는데 그 기반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같은 대량생산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대량생산은 전기차 회사를 인수할 무렵부터 목표로 갖고 있던 것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쌍용차를 인수한 것”이라며 “혹자는 내연기관 인력밖에 없다고 하는데, 전기차 기술력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단계로 유럽, 인도, 미국에 JV를 세워서 회사당 30만~50만 대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라며 “생산량 90만 대부터는 로열티를 2.5%만 받아도 9900억 정도 되고 그런 수입만 갖고도 쌍용차는 2030년쯤이면 16~20% 순이익 되는 회사로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해 다른 완성차 제조사가 폐쇄한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시장 수요가 변화함에 따라 가동을 멈춘 내연기관차 공장을 개조해 전기차를 만드는 방식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폐쇄를 앞둔 스페인 바르셀로나 닛산 공장을 인수 후보로 검토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스페인 공장 인수가 중국 업체에게 좀 더 유리해진 모양이지만, 걱정할 건 없다”라며 “최근 인도에서 GM(제너럴모터스)과 포드가 공장을 철수했다. 현지 담당 부서에 우리가 인수할 수 없는지 확인해보라고 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최근 강 회장은 자금지원 요청을 둘러싼 산업은행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일부 언론사가 에디슨 모터스가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고, 산업은행은 기사 해명자료를 통해 “언론을 통해 산은 지원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강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쌍용차 인수 후 자금조달 계획으로 자산담보대출 등을 통해 7000억~8000억 원을 산업은행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얘기한 것인데 일부 언론에서 ‘요청을 했다’고 기사를 썼다”며 “계획을 얘기했던 것인데 언론에서 예민한 분위기로 만들어 가는 게 오히려 섭섭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때가 되면 사업계획서를 구비해 산업은행에 자금신청을 할 계획이고, 산업은행이 (지원을) 해 주면 감사하다”고 했다.
또 강 회장은 단가를 낮추려고 중국 부품을 사용한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품질이 좋고 가격 경쟁력이 좋아 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 회장은 “7년간 국내산 배터리셀을 썼는데 ‘스웰링 현상(배터리 팽창)’ 생겨 중국 부품으로 바꾼 것”이라며 “가격도 국내산이 배터리셀 기준으로는 40%, 패킹 기준으로는 250~300%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산 배터리의 1kwh(킬로와트시)당 가격이 560달러였다. 당시에 163kwh 배터리를 썼는데 배터리팩 가격만 전기차의 3분의 1 수준인 1억2300만 원이었다”면서 “품질이 안 좋은 중국산 전기차가 2억8000만 원에서 3억2000만 원 사이에서 팔렸는데 높은 배터리 가격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쌍용차와의 업무협약(MOU) 시기를 가능하면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황으로는 다음 달 초에 MOU를 진행하고, 인수 작업이 완전히 끝나는 시점은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로 예상했다. 그는 “지금도 쌍용차는 매달 300억~400억 원씩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며 “빨리 정리해서 제대로 되게 해야한다. MOU는 11월 초 정도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측과도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에디슨모터스 연구소장과 쌍용차 담당 임직원이 회의를 갖기도 했다.
강 회장은 쌍용차의 반복된 위기 원인을 “오너가 경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목했다. 강력한 권한과 책임감을 가진 오너가 부재하면서 과거부터 이어진 경영 방식, 전략에 과감하게 제동을 걸 구조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잘 될 땐 상관없는데 잘 안 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된다”면서 “쌍용차는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 같은 오너십을 가진 경영자가 열심히 해야만 기회가 생긴다. 저는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에 창조적인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쌍용차를 누구보다도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구조조정은 쌍용차 운영 방식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다시 밝혔다. 그는 “쌍용차는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정상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구조조정의 결과로 인건비 등 고정비가 줄 수 있겠지만 그러면 생산을 1교대로 1라인 밖에 못 돌려 월 최대 생산량은 8700대, 연간으로는 10만 대가 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쌍용차는 30만 대 이상 팔아야 흑자가 가능한데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줄어 생산량이 그에 못 미친다면 결국 흑자 경영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키스톤PE나 KCGI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구조조정이 아니라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팔아야 한다는 제 설명 듣고 나서 바뀌었다”며 “증설하던가, 하이브리드도 엔진을 수입하든 개발하든 팔아야 한다고 했다. 그 부분이 설득됐기 때문에 (키스톤PE, KCGI가) 같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쌍용차 인수 후 사명 변경을 고심 중이다. 그는 “‘에디슨 모터스 V(Vehicle)’, ‘에디슨 모터스 M(Mobility)’ 등을 고민 중”이라면서도 “제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 임직원이 회사 운영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안이 없다. 그러면 저는 호소할 수 밖에 없다”며 “쌍용차 임직원께 적군이 아니라 우군으로서 쌍용차를 흑자 전환해 임직원에게 희망을 주고 잘 살게 하기 위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흑자 전환하면 임금을 올려주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등 복지를 우선으로 지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쌍용차 임직원들은 어렵게 생활했고 아픔이 많습니다. 그분들 마음속에는 불안이 가득할 겁니다. 저는 직원들을 도와주러 가는 것입니다. 진심을 믿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