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먹는 치료제 상용화가 임박했다. 국내 방역 체계가 다음 달 1일부터 단계적 거리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하면서 먹는 치료제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내년 1분기부터 먹는 치료제를 국내에 공급할 방침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경구용 치료제 40만 명분에 대한 계약을 추진 중"이라며 "이미 MSD와 약 20만 명분 사전 계약을 완료했고, 화이자 7만 명분에 대해서는 선구매에 대한 구매약관을 체결해 정식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물량은 다른 회사의 임상 및 허가 진행 상황을 고려해 대상과 물량을 확정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국내 제약사가 개발하는 치료제도 포함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가 개발 중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허가를 검토 중이다. FDA는 11월 30일 외부 자문기구 회의를 열고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 승인 권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2월부터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MSD는 FDA 허가 일정에 맞춰 몰누피라비르를 대량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로버트 데이비스 MSD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연말이 되기 전까지 1000만 명 복용 분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속도"라고 밝혔다.
몰누피라비르는 임상 3상에서 입원율과 사망률을 절반가량 낮추는 효과를 확인했다. 1회 치료분이 712달러(약 83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약이지만, MSD는 105개 중·저소득 국가에서 복제약(제네릭)을 제조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미국 화이자와 스위스 로슈가 개발 중인 먹는 치료제는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이밖에 일본 시오노기, 이스라엘 레드힐 바이오파마 등 각국의 제약사들이 먹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종근당 '나파벨탄'과 신풍제약 '피라맥스', 대웅제약 '코비블록'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지만, 모두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바 있어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밖에 동화약품, 진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강스템바이오텍, 제넨셀, 압타바이오가 먹는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정 본부장은 "국내 개발 경구용 치료제의 진행 상황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원을 지속하겠다"며 "임상에 적용될 수 있는 약품에 대해서는 구매와 사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과 마찬가지로 먹는 치료제 역시 각국의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프랑스는 몰누피라비르 5만 회분을 선구매했으며, 호주, 뉴질랜드, 대만, 태국 등도 구매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선구매는 물론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