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0~2019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별 월평균 순매수ㆍ순매도 규모를 살펴보면 12월에 개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중 연말이 다가올수록 주식을 팔아치우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대주주 산정 시점(직전 사업연도 종료일)을 앞두고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만큼 연말 매도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달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4조644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써 지난해 순매수 규모(47조4906억 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더구나 올 상반기에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300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가팔랐다. 때문에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는 투자자들의 비중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19년 이전까지는 대주주 산정 시점 직전인 12월 매도세가 가장 강했지만 지난해는 오히려 11월에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12월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순매도액은 3조8275억 원으로 2012년 8월(4조7027억 원)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에는 개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2조7835억 원을 순매도했고, 12월에는 오히려 순매수세로 돌아서면서 3조6508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년 반복되는 개인 수급 때문에 ‘남들이 팔기 전에 먼저 팔자’는 심리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2020년 이후 커진 개인들의 매수 규모가 연말 수급이 몰리는 시점을 회피하려는 투자자들의 수를 늘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들 가운데 수급적인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중소형 성장주는 2017년을 제외하고 연말 코스피 상대 성과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연말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올해 수익이 높았던 종목을 차익실현하고 포트폴리오 비중을 시장에 맞춰 올해 성과를 확정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수익률이 높았던 중소형 성장주에서 이런 수급적 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