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EU 철강관세 무역분쟁 마무리...한국 대미수출 악재 우려

입력 2021-10-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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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작한 분쟁 완화하기로 합의
기존 관세 유지하면서도 매년 330만 톤 무관세 허용
대미 수출량 70% 쿼터제 있는 한국에 불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EU 집행위원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월 15일 브뤼셀에서 열린 미-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브뤼셀/AP뉴시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수년간 벌이던 철강관세 무역분쟁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유럽산 철강 일부가 무관세로 미국 세관을 통과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발디스 돔브로프스키 EU 무역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과 EU는 철강과 알루미늄 무역분쟁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협정에 대한 협력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는 유럽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매기는 기존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유지하면서 EU에서 생산된 일부 철강을 무관세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무관세 대상 규모가 매년 330만 톤 수준이라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미국은 국가 안보법에 따라 유럽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EU는 최대 64억 유로(약 8조6880억 원) 상당의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보복을 결정했다. 당시 28억 유로의 수출품에 관세를 우선 매기고 나머지 36억 유로 상당은 3년 후로 예정했지만, 2차 보복은 올해 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선의의 표시로 보류했다.

합의 소식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됐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합의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완화할 것을 기대한다. 미국은 관세 부과 이전에 EU로부터 연간 약 320만 톤의 철강을 구매했지만, 분쟁 이후엔 3분의 1수준으로 수입량이 급감했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함께 이번 합의는 철강 분야에서의 글로벌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중국을 견제할 장치로도 평가된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 협정은 중국의 글로벌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할뿐더러 중국과 기타 국가에서 불공정하게 거래된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우리의 메커니즘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론 와이든 미 상원 재무위원장 역시 “미국과 EU가 협력해 중국의 약탈적 경제 정책에 성공적으로 맞서고 미국 노동자들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며 “양측이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전체 산업을 장악하고 노동자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중국에 맞서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백악관에서 공동 발표를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이번 합의로 한국은 대미 수출이 악화할 우려를 안게 됐다. 한국은 현재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EU가 이번에 미국과 맺은 합의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전해진다. EU는 미국과 합의한 대로 330만 톤을 무관세로 수출한 다음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만 관세를 매겨 수출할 수 있어서 70%라는 상한선이 설정된 한국보다 수출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TRQ를 통해 계약을 맺은 국가는 특정 수량의 제품을 더 낮은 세율로 다른 국가에 수출할 수 있다”며 “TRQ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따라 허용되며 어떤 경우든 자국 무역이 불법적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판단하는 국가는 WTO에 제소할 수 있지만, WTO의 상소기구 마비로 최종 판결은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쿼터제 적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 들어 8월까지 대미 철강 수출이 171만5902톤으로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232조 시행 전인 2017년에 비해서는 35%나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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