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최소 6개월 고민, 비판 벗어나려는 시도 아냐"
메타버스서 자체 생태계 구축, 애플·구글 의존서 벗어날 수도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 등 해결 과제 남아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 사명을 바꾸면서 사람들이 가상세계에서 생활하는 테크노 유토피아에 과감한 베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28일 사명 변경을 발표하면서 조직 구조를 변경했다. 메타 구성원 절반이 소셜 네트워킹 비즈니스를 맡게 됐고 메타버스 전용 부서인 리얼리티랩스는 그다음으로 큰 부서가 됐다. 회사는 내년 리얼리티랩스에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자하고 엔지니어 인력도 기존의 두 배인 2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저커버그 CEO의 비전은 최근 기술 소식지인 스트래트처리와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2020년대 중반이나 말까지 가상현실(VR) 기기가 거의 모든 사용 사례에서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능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페이스북이 새로운 스캔들에 휩쓸리고 있는 현 상황과 메타버스로의 전환 타이밍이 겹치는 점을 지적한다. 소송이나 규제 위협에 직면한 저커버그 CEO가 새 비전을 통해 돌파구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 CEO는 “이러한 변화는 최소 6개월간 신중하게 계획된 것이며, 유해한 브랜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브랜드는 페이스북이라는 하나의 제품에 너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며 “메타버스가 다음 개척지”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이 메타버스에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모바일을 장악한 애플과 구글에 대한 의존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개인정보 보호나 안전에 대한 불안은 남아 있다. FT는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전환이 주요 개인정보와 안전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학계와 전문가들로부터 벌써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과거 “개인정보와 안전은 첫날부터 메타버스에 구축돼야 한다”며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회사가 어떻게 개방적이면서 상호 운용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와 사용자들이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지 등 세부사항에 대한 입장은 불확실한 상태다.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엘리스 딕 애널리스트는 “규제 당국이 인터넷 문제에 대응하는데 수십 년이 걸린 현시점에서 이제 메타버스에 대한 규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어떻게 가상공간을 통제할지, 그리고 어떻게 VR이 불평등을 악화하지 않게 할지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