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내부등급법을 도입하면 6월말 기준 13.75%인 BIS비율을 약 15%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2조 원 가량의 출자 여력을 추가 확보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실탄을 확보해 증권, 보험사 등 비은행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6월 중소기업(비외감법인, 개인사업자) 및 가계부문에 대한 승인을 받은 후, 이번에 외감기업과 카드 부문 모형까지 내부등급법 최종승인을 받았다. 이는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 후, 2년 10개월여만으로 금융지주 중 최단기간 내 승인이다.
우리금융은 지주 설립 후,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해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 자회사들과 함께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그룹 리스크거버넌스 및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 등 전반적인 그룹 리스크관리체계 구축을 완료했으며, 금감원은 이러한 우리금융의 리스크관리체계 구축 노력을 높게 평가해 최단기간 내 내부등급법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번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BIS비율이 약 1.3%p 수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규제비율 준수에 대한 부담이 완화돼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정부정책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금융그룹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내부등급법 승인을 계기로 대형 M&A에 신경을 기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은행을 중심으로 카드사,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를 보유했지만, 증권사와 보험사는 없는 상황이다.
우선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담당 전무(CFO)는 지난달 25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면 자본 규모가 2조원 정도 늘어난다”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라인업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권사 인수와 벤처캐피탈, 부실채권(NPL) 전문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금융이 계획대로 증권사를 인수하면 KB·신한·하나·우리 순으로 이어지는 금융그룹 서열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에 걸쳐 조금씩 거리를 좁힌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을 발판삼아 3위 하나금융을 추월할 수 있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증권사와 보험사 없이도 3분기까지 누적 2조198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하나금융(2조6815억 원)을 약 4800억 원 차이로 따라잡았다. 특히 하나금융투자의 순익이 4095억 원에 달해 우리금융도 우량한 증권사만 손에 넣는다면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 상황에 따라 증권사보다 보험사 인수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나온다. 최근 신한금융지주가 외국계 손해보험사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인수로 생명·손보 양 체제를 갖추면서 5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지주만이 보험사를 보유하지 못하게 됐다. 후보 중에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우선 점쳐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포화된 한국 시장에서 영업에 한계를 느끼며 철수하려는 분위기로, 내년에도 매물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