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1조 원대 자금조달과 5000억 원 규모 지분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상장 후 아티카 인수에 이어 또 다른 신사업 구상이다. 다만 대규모 자금 조달 과정에서 CB(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의 방식이 활용돼 중장기적 '오버행(공급 과잉)' 우려도 상존하게 됐다.
◇6개월 마다 '조 단위' 자금조달ㆍ신사업 발표
하이브는 4일 4000억 원 규모 3회차 CB 발행과 7000억 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CB는 미레에셋증권을 통해 투자받고 유상증자는 두나무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CB는 발행 조건이 하이브 측에 무척 유리하다. 우선 표면이자 0%, 만기이자 0%로 '무이자'다. 전환권 청구는 내년 11월 5일부터 가능하다. 또, 발행 분량 중 33%에 대해서는 전환 청구기간 동안 회사가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매도 청구권)'도 있다. 반대로 사채권자가 조기상환(풋 옵션) 조항도 있지만, 3년 뒤인 2024년까지 11월 5일부터 행사 가능하다.
다만 이번 모집 자금이 모두 현금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이 중 5000억 원은 사실상 두나무와의 지분 스왑에 활용된다. 형식상으로는 CB발행 자금 4000억 원과 보유 현금 1000억 원으로 두나무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48%를 사온 후, 두나무로부터 7000억 원 규모 지분투자를 받는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회사에 유입되는 현금은 6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이 자금 중 1000억 원은 기존 채무 상환에 활용하고, 100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4000억 원은 M&A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하이브는 6개월 마다 대규모 자금조달과 M&A를 이어가며 새로운 사업 구상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이타카 홀딩스를 약 1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4400억 원 규모 구주주 배정 후 일반공모를 결정했다. 해당 자금조달은 지난 6월 4450억 원이 모였다. 이보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코스피 시장에 신규 상장하면서 9534억 원을 조달했다.
하이브는 이번 자금조달 관련 두나무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아티스트 IP와 NFT가 결합된 새로운 사업모델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새로운 합작법인을 통해 아티스트IP 기반의 콘텐츠와 상품들이 팬들의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있는 NFT 사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가치 상승 VS 지분가치 희석… 향후 추이 '주목'
하이브의 '판 키우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채 발행 한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관상 CB 발행 한도는 5000억 원으로 이번 발행에 한도가 거의 찼다.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알려진 바 없지만,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주주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하다. 기업가치 상승과 지분 희석 중에 고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대부분 지분을 담보로 한다. 이번 4000억 원 규모 CB도 이자가 없기 때문에 100% 주식 전환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장기적으로 오버행(공급 과잉)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가치가 지분희석 분보다 크다면 모두의 이익으로 이어지겠지만,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
한편 하이브는 이날 오전 10시 ‘2021 공동체와 함께 하는 하이브 회사 설명회’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공개하며 △국가와 지역 △산업과 산업 △팬 경험의 현재와 미래 △탄탄한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4개 영역에서의 경계 없는 확장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