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에 경고음 “정점 찍었다…과열 지역 조정 직면”

입력 2021-11-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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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먼 “한바탕 폭풍 일어날 것…금리 오르면 조정 더 뚜렷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예언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 등 조짐…일부 도시는 가격 하락

▲지난해 2월 29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요크 카운티의 여러 신규 개발단지에서 새 집을 판다는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요크 카운티/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주택시장이 정점에 달해 곧 조정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 유명 주택시장 분석가이자 젤먼앤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인 아이비 젤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동안 역사적인 가격 급등을 겪은 미국의 주택 가격이 이미 정점을 찍었거나 거기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애리노나주 피닉스 등 투자 자금이 집중된 과열 지역이 조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까지 소폭 오르면 수요가 중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먼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되기 2년 전인 2005년 시장 피크를 예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의 8월 전미 주택가격지수(연율)는 전달과 같은 19.8% 상승률을 나타냈다. 20개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20%에서 19.7%로 둔화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20개 미국 대도시 주택가격지수 상승률. 단위 %. 8월 19.7%.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
특히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등 코로나19 사태로 활황이 됐던 지역에서는 가격이 갑작스럽게 내려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한 해 동안 가격이 30% 이상 급등했을 정도로 보이시는 코로나19 시대 미국 주택시장의 열풍을 잘 보여줬다”며 “하지만 최근 이 지역의 균열은 낮은 주택담보대출금리와 원격 근무에 의해 촉발된 부동산 붐이 강도를 잃어가고 있다는 초기 징후를 나타낸다”고 전했다.

젤먼 CEO는 리스크가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로 거품이 확대됐던 지난번과 같은 규모의 전국적인 붕괴를 예상하지는 않지만, 문제의 징후는 지난번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주요 구매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수준으로 가격을 밀어 올림으로써 시장을 왜곡하고 있으며, 수주 잔액을 안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주택용지 가격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시장에 가장 큰 위험은 아이바이어(iBuyer)에서부터 임대용 단독 주택을 적극적으로 매입했던 사모펀드들까지 투자자들이 겁에 질려 매도를 시작하면서 시장에 공급이 과부하 되는 것이다.

아이바이어는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 후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사업인 ‘주택 플리핑(Home-Flipping)’을 하는 구매자들을 뜻한다. 미국 부동산정보업체 질로우는 최근 올해 남은 기간 아이바이어 사업부인 ‘질로우 오퍼스’의 주택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젤먼 CEO는 “건축업자들이 이제 막 시공한 집을 완성할 때쯤이면 더는 수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주택건설업 시장으로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텍사스주 오스틴, 댈러스, 휴스턴 등을 꼽았다.

그는 “지금의 우려가 올해, 심지어는 내년에도 현실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히 한바탕 폭풍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금리가 오른다면 이는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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