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꽤 큰 개미'라고 자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식 실패 경험담과 투자 비법을 공개하는가 하면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전망을 공유하며 2030 MZ 세대 투자자 표심을 공략했다.
그는 특히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라든지, 장기 보유에 대해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25년간 직접 주식 투자를 해왔다며 "제가 개미 중에서 꽤 큰 개미다. 1992년, 1993년부터 주식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작전주, 투기주 등에 투자했는데 IMF를 맞아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주식뿐 아니라 선물, 옵션까지 했는데 한때 1분도 못 쉬고 살까, 팔까 했었던 적이 있다. 결론은 비용이 더 많이 나오더라"는 실패 경험담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가 되면서 백지신탁 때문에 주식을 강제매각해서 안타깝게 됐다. 주식시장 활황 혜택을 못 본 점이 너무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교과서대로 우량주 장기보유를 통해 꽤 많은 수익을 냈다"며 "주식투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결코 테마주, 작전주, 소위 '잡주'라 불리는 이름도 없는 투기주는 손대지 않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며 자신만의 투자관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주식시장에서의 코리아디스카운트 문제를 어떻게든지 극복하겠다. 우리 (주식) 시장은 저평가되고 있고 (기업들은)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국민은 자산형성 기회가 축소되는 그 문제를 이제부터는 해결해나가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중 하나가 (한국) 시장이 분명히 선진국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자본시장 주식시장만큼은 소위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돼서 해외에 장기투자자 잘 유입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꽤 오래 노력했는데 잘 안 되는데 우리 민주당에서도 정부에서도 이미 입장을 정했지만 선진국 주식편입을 신속하게 이뤄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주식 장기보유에 대한 혜택에 대해서도 "주식 장기투자는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라든지, 장기 보유에 대해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식 장기보유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것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동결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 있어 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대치되는 대목이다.
증권사 CEO 출신의 홍성국 민주당 의원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과 카카오뱅크 출신 이용우 의원이 자리했으며,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박소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김지은 DB증귄 펀드매니저 등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MSCI는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작성해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MSCI는 한국 증시를 신흥국지수에만 포함하고 있다.
그는 "선진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 수준이지만 한국은 11배~12배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선진국 지수로 가지 못해서 나온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MSCI 선진국 지수로 분류되면 글로벌 연기금 및 보험사 등 장기 투자 자금이 들어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추정하기로는 20조 원 가까운 금액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어 정책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소액 주주들이 최소한 피해를 덜 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게 좋겠다"며 "공모주 청약에서 개인 배정 비율이 늘어났는데, 자산형성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비중도 좀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비와 관련해선 "ESG 경영 지표를 세부적으로 만들어 기준에 부합할 경우 연기금 투자에 우선권을 준다든지 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에 대해선 '형식적 관료주의 산물', '행정 편의적 정책'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대주주 주식 보유 기준이 완화되다 보니 삼성전자의 경우 100만분의 1의 지분만 가져도 대주주가 돼 양도차익 과세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소액주주에 대한 배려가 매우 부족했던 것"이라며 "행정 편의적이자 형식적 관료주의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세부적이고 실효성 높은 정책을 많이 만들 것"이라고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지 않는 제도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합병과 분할을 반복하면서 자사주로 인해 의사 결정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주 청약 배정 시 개인 비중을 높여 개인투자자에게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금융피해자들의 피해 상황 확인 자체가 어렵다"며 "감독 기능을 강화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연금 시장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비롯해 주주 평등의 필요성 또한 강조했다.
김병욱 의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으로 디폴트옵션과 기금형 퇴직연금 법안을 내고 있다"며 "개인연금 시장에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부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가져오는 성과를 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이어 "호주 연금청처럼 국가가 국민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직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회사 분할 시 자사주를 비례적으로 하거나,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 상장 시 이해 상충 문제 등 주주 평등의 문제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며 "개인연금 수익에 대해서도 내부통제와 원칙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금융감독 기능을 현실화해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 강화가 필요하겠다"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 상장 이전 투자는 특수한 영역에서 이뤄지는데 국민이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 악용 사례가 발생하면 반드시 찾아 규칙을 어겨서는 이익을 볼 수 없다, 시장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믿음을 확고하게 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견해를 드러냈다.
한편 이날 앞서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통화했다는 내용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간담회 종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언급 없이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