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 지도국 복귀” 바이든 약속 첫 시험대
필리핀 등 문제적 민주주의 국가 포함 논란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내달 9~10일 화상으로 개최되며,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후퇴와 자유 권리의 침식을 막기 위해 100개국 이상의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는 최초의 모임이다. 글로벌 민주주의 국가를 하나로 뭉쳐 권위주의 체제에 대응하겠다는데 목적이 있다.
이번 회의는 바이든 정부 집권 이후 국내외 안팎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여러 공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추진된다. 실제로 올해 1월 미국 국회 의사당 난입 사태는 ‘글로벌 민주주의 종주국’이었던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렸고, 미얀마에서 수단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에서는 1년 새 최소 6번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이러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끄는 권위주의 세력을 격퇴하기 위해 자신의 임기 동안 미국을 세계 지도국으로 복귀시킬 것이라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선언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초청자 명단에는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웨덴, 일본, 이스라엘 등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들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포함됐다. 아시아의 태국과 베트남, 중동 지역의 이집트와 터키 등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필리핀과 폴란드처럼 현재 민주주의가 위협 받는 나라도 행사에 초청됐다는 점이다. 인권 단체들은 문제가 있는 인권 기록을 가진 나라들을 초청한 것은 이번 회담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라이벌 국가인 중국에 대한 대응 고민이 이러한 국가들을 초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민간단체 ‘중동 민주주의 프로젝트’의 에이미 호손 리서치 부문 이사는 “중국에 대항하는 것에 대한 전략적 고려사항이 필리핀이나 인도 등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접한 문제가 많은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데 작용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모임의 상징성만큼이나 정상회담이 가져올 실질적 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애니 보야잔 정책 담당 부회장은 “이번 정상회담이 단순 회의 그 이상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각 참여국이 한 해 동안 민주주의와 권리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약속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다음 달 행사가 “민주주의에 대한 더 긴 대화의 ‘시작’일 뿐”이라며 “각국은 내년에 예정된 후속 회담에 초대받기 위해 약속한 개혁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올해 정상회의를 통해 1년간의 행동에 대해 결의를 표명한 다음, 1년 뒤 대면 형식의 ‘2차 정상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