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유통만으론 부족해.”
유통·소비재 기업들이 투자자로 변신했다. 유통업체는 신생 제조사에 투자해 제품을 공동개발하거나 단독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투자처와 윈윈을 시도한다. 소비재 기업들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기존 사업과 다른 신사업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기존 사업영역과 무관하지만 주소비층의 관심도가 높은 업종에 투자함으로써 소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한다.
1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유통·소비재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신생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뷰티 전문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디퍼런트밀리언즈(이하 디밀)와의 상품 개발과 마케팅 협력에 본격 나선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디밀에 12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디밀은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의 동영상 제작·유통·마케팅을 돕는 크리에이터 기획사로, 현재 400여 명 규모의 인플루언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디밀과 협업해 공동 개발한 헤어 트리트먼트 제품 ‘바디버든 프로젝트(BBP) 고농축 구슬앰플 트리트먼트’를 론칭하기도 했다.
바이오사업에 진출한 오리온홀딩스는 바이오 기업 투자가 활발하다. 최근 결핵 백신으로 알려진 ‘큐라티스’에 5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올해만 바이오벤처 기업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와 대상은 배양육 연구 개발 기업 스페이스에프의 7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스페이스에프는 지난해 설립된 배양육 전문 업체로 배양육 생산에 필수적인 근육줄기세포 분리, 배양 및 무혈청 배양액 개발 등의 특허와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최초로 돼지 줄기세포를 활용한 배양돈육 시제품을 선보였고, 오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지난 6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론티어 랩스(FRONTIER LABS)’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스파크랩’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선발해 기업당 5000 만원에서 1억 원을 초기 투자한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10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3개월간의 전문가 멘토링 과정을 거친 뒤 추가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투자 대상 기업은 △테이스트&웰니스(영양&건강, 대체단백, 정통식품) △뉴노멀(개인맞춤형 기술, 푸드테크, 스마트쿠킹) △지속가능성(스마트팜, 푸드 업사이클링) 3개 분야다. CJ제일제당은 스타트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식품사업을 한 단계 높여줄 미래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ㆍ육성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거나 신규 사업 진출을 모색할 수 있어 최근 유통업체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다”며 "제품 입점과 공동브랜드 개발 등 벌써부터 투자 효과가 나타나는 기업도 등장했다"며 향후 투자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