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소비자 조리법을 반영하는 '모디슈머' 마케팅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농심은 지난 달 출시한 '카구리 큰사발면'이 한달 만에 230만 개가 팔려나갔다고 11일 밝혔다. '카구리'는 PC방에서 10~20대 고객들이 너구리 사발면에 카레를 타먹으면서 PC방 인기메뉴로 자리잡아왔는데, 이를 농심이 실제 제품화했다. 카구리 큰사발면의 경우 일부 유통점에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카구리 큰사발면 인기에 힘입어 농심은 15일부터 PC 가격 비교사이트 ‘다나와’와 손잡고 ‘카구리 PC방 세트’를 증정하는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카구리 PC방 세트에는 다나와에서 특별제작한 카구리 마우스패드와 카구리 큰사발면이 함께 담겨있다. 다나와 홈페이지에서 이벤트 이미지를 다운로드하고, 인스타그램에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하면 참여할 수 있다.
'모디슈머'란 수정하다란 뜻의 영어 단어 'modify'와 소비자(consumer)가 결합한 말이다. 기업이 만든 제품 사용법을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닌 사용자가 자기 취향대로 제품을 소비하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를 뜻한다.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이 공유하는 인기 레시피를 실제 제품화하는 방식으로 업계는 모디슈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앞서 짜파구리의 탄생도 모디슈머 마케팅의 일환이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먹는 방식은 모디슈머 트렌드의 원조격으로 꼽힌다. 방송 예능프로그램, 영화 '기생충' 등에 등장하면서 제품화로 이어진 짜파구리는 최근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 제품에 이어 봉지라면으로 한정 출시되기도 했다.
아예 모디슈머 제품끼리 투표를 붙여 출시한 이력도 있다. 농심은 2019년 짜파게티 출시 35주년을 맞이해 '트러플짜파’, ‘와사마요짜파’, ‘치즈짜파’ 세 가지 제품 중 와사마요, 치즈짜파를 제치고 70% 득표한 '트러플 짜파게티 큰사발'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3년에는 ‘안성탕면 레시피 공모전’을 열고 입상작을 제품 패키지와 광고에 반영했다.
모디슈머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것은 매출 증대 효과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색다른 레시피로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환기해 신제품 효과를 누릴 수도 있고, 이미 검증된 제품을 기반으로 내는 제품이기에 신제품 출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존 제품과 신제품의 매출 상승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짜파게티 연 매출은 짜파구리 등 인기에 힘입어 단일 브랜드로 전년 대비 19% 오른 2190억 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달성했다. 올해도 2000억 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국내외 소비자 요청으로 출시된 신라면 볶음면 역시 지난달 말 기준으로 2400만 개가 팔려나갔다.
모디슈머 마케팅은 식품업계에 대세로 자리잡았다. 오뚜기도 ‘진짜장’과 ‘진짬뽕’을 섞은 ‘진진짜라’, 열라면과 진짬뽕을 섞은 신제품 ‘열라짬뽕’ 등 모디슈머 제품을 적극 출시하고 있다. 특히 열라면에 순두부를 넣어 만들어 화제였던 '순두부 열라면'은 오뚜기 플래그십 스토어 레스토랑 '롤리폴리 꼬또'에서 정식 메뉴로 출시해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