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석탄 중독’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입력 2021-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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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서구권 비해 탄소 집약적
석탄 대신 천연가스 필요…지정학적 여건상 불리
탄광업계, 일자리 창출서 큰 비중
원전도 물 확보·지진 우려 등으로 한계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에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냉각탑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난징/AP뉴시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흐름 속에서도 쉽사리 석탄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있어 석탄 소비는 단순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경제와 안보 문제와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 강화, 특히 석탄 포기가 어려운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 경제는 중공업을 중심에 놓고 있어서 출발점부터 서구권에 비해 탄소 집약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달리 중국은 석탄에서의 신속한 전환을 가능케 하는 견고한 천연가스 산업을 국내에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석탄 사용을 조기에 단계적 폐지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천연가스의 대폭적인 수입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WSJ는 내다봤다. 중국이 향후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 발전에 계속해서 거액의 자금을 투자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간헐적인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특성상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원이 천연가스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에서 천연가스 대부분은 중앙아시아 등 정세가 불안정한 인근 국가를 지나는 파이프라인이나 해상 수송을 통해 운반돼야 하는데, 현재 중국은 지정학적 최대 라이벌이자 압도적 해양 패권을 쥔 미국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중국이 놓인 상황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데이터가 몇 가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2015년 기준 풍력·태양광 발전량은 각각 약 22만5000기가와트시(GWh)였다.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의 발전량은 두 배로 급증했지만, 중국은 74만1000GWh로 3배 이상 확대됐다. 또 중국은 수력 발전량 역시 20만5000GWh 더 늘렸다.

즉 중국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은 지난해에 2015년 대비 70만 GWh 더 많았다. 이는 유럽 최대 공업국인 독일의 총 전력 사용량의 1.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전히 중국의 석탄 사용과 총 탄소 배출량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재생에너지 성장을 웃도는 속도로 불어났음은 물론, 미국만큼 신속하게 석탄을 천연가스로 전환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밖에도 중국이 석탄을 끊기 어려운 이유로는 △탄광업계가 주요한 고용주로 있다는 점 △석탄 화력 발전소가 많은 부채를 안고 있어 채무 감축이 필요하다는 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송전망 대응이 오랫동안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중국은 탄소중립 일환으로 원자력 발전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앞으로 15년간 최소 150기 원전을 건설하려 한다. 그러나 원전은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어렵고 지진 걱정에서 자유로운 장소가 한정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결국 중국이 2040년대까지 석탄의 단계적 폐지를 다짐하는 데 소극적인 것도 이런 복합적인 배경에 따른 것이다. WSJ는 “중국에 조속한 탈(脫)석탄 행보를 촉구하는 것은 여전히 환경 및 경제에 관한 문제이자 지정학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패권 다툼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 중국이 석탄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행동을 바라는 것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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