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자카르타 거래소에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기업 ‘부깔라팍’이 15억 달러를 조달하며 성공적으로 신고식을 치뤘다.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 기록이다.
인도네시아 역대 최고의 합병으로 관심을 모았던 고투(GoTo)그룹도 IPO시장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투그룹은 내년 자카르타, 미국 동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 스타트업이 쏟아지고 있다. 낙후된 인프라 탓에 창업 불모지로 평가받았지만, 오히려 이를 발판삼아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을 빠져나간 글로벌 투자금이 동남아로 향하면서 관련 투자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스타트업 랭킹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국가는 단연 미국(6만9712개)이었다. 이어 동남아에서는 인도(1만1987개), 인도네시아(2311개), 베트남(192개) 등으로 경제 규모 대비 많은 수의 스타트업이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이후로 동남아 내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운송수단,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동 부유, 반독점 규제 강화을 목적으로 자국 테크 기업을 규제하자 글로벌 벤처 투자자들이 투자 대안으로 동남아를 주목하고 있어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 정부 역시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 투자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투자 수익 회수에 나서며 기업 간 인수 합병, IPO(기업 공개)가 늘어나고 있다”며 “주로 기업 규모와 자금 조달 수요에 따라 미국과 싱가포르, 또는 자국 거래소에 상장을 추진하는 추세다”고 전했다.
‘IPO 열풍’으로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도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내년 고투그룹을 시작으로 온라인 쇼핑센터 사업을 영위하는 블리블리(BliBli), 신용카드 전문 핀테크 기업 크레디보(Kredivo) 등이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이어 커피 체인점 기업인 코피케낭간(Kopi Kenangan), 농업 관련 B2B 기업인 타니허브(TaniHub) 등도 상장 시기를 점치고 있다.
동남아 유니콘 투자 관련 ETF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르네상스 인터내셔널 IPO는 IPO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중국 비중이 가장 높다. 아시안 그로쓰 CUBS는 아시아 성장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지역별로 보유하고 있다. FMQQ NXT FRNT & ECOMM는 인터넷ㆍ이커머스에 투자하는 ETF다.
이소연 연구원은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는 ‘나도 살 수 있는 주식’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유니콘 기업들의 거래소 입성은 해당 증시의 발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며, 2022년부터 주식시장에 입학할 유니콘 새내기들의 활약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