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2일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씨와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를 기소하며 이 사건의 큰 줄기인 ‘배임’ 수사는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윗선’ 개입 여부는 물론 뇌물 관련 수사도 미진한 상황이어서 ‘특별검사’ 도입 요구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김 씨와 남 변호사를 배임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를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공모해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지침을 결탁했다고 봤다. 또한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불공정하게 배점을 조정해 최소 651억 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1176억 원 상당의 시행 이익을 챙기고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민간사업자들의 배임 및 일부 뇌물 혐의를 담았지만 ‘윗선’ 개입 의혹은 담지 못했다. 사건의 배경으로 지목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성남시의 역할은 언급하지 않은 채 기소가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인물로 알려진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을 소환조사하지 않았다.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거액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등 로비 의혹도 이번 공소장에서 빠졌다. 검찰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 구성을 도와주고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비롯해 각종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17일 곽 전 의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으나 아직 곽 전 의원을 소환조사하지 않았다.
최근 수사팀이 ‘쪼개기’ 방식으로 회식을 한 뒤 줄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수사에 차질도 생겼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로 인해 수사를 총괄한 부장 검사가 바뀌고 수사력 부족에 대한 비판이 나오며 특검 도입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대선을 100여 일 앞둔 정치권에서 특검 도입론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내년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신속하게 수사를 할 수 있는 ‘상설특검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특검 도입 여론이 형성되면서 수사팀 내부도 술렁일 것으로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이 정치권의 대형 이슈인 만큼 수사팀은 자연스레 특검 도입 여론을 예상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특검 도입이 본격화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기존에 모아온 수사 자료와 기록들에 ‘굳히기’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무감사’ 성격인 특검 도입을 앞두고 수사팀이 기존에 확보한 증언과 증거들을 더 확실하게 분석하고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