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전두환 씨가 23일 사망했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며 대한민국 격동의 시대에 두 차례 대통령을 지냈던 전 씨에 대한 국민 여론은 극명하게 갈린다. 무엇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 했다는 과오를 씻을 수 없는 전 씨는 우리 사회에 큰 과제를 남겼다. 이로 인해 "성찰 없는 죽음은 그조차 유죄"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전 씨의 장례 절차에도 벌써 잡음이 일고 있다. 살아있는 동안 잘못을 빌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국가장을 치른 것에 대해 논란 속에 장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국가장을 마친 후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현재 24일여 동안 파주시 검단사에 임시 안치돼 있다. 영구 안치될 장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전 노 전 대통령 측은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인근을 장지로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파주시는 통일동산이 관광특구로 지정돼 규정상 장묘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최근 유족은 통일동산 지구 내 성동리 산림청 소유 국유지 매매를 타진했으나 산림청에서도 법적으로 매각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이마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유족 측은 정부 결정을 기다리며 다른 대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 측은 장례 방식 결정에서부터 난항을 겪었다. 지난 27일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하자 반발 여론이 일었다. 노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진압의 주범이자 내란죄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 안장은 물론 국가장도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당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가장 결정에 대해 “본인(노 전 대통령)이 용서를 구한다는 유언도 남겼고 유족들이 그동안 5·18 묘역도 찾아가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며 “국가장으로 한다고 해서 이분에 대한 역사적·국민적 평가가 끝났다고 평가하는 차원에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씨의 경우 노 전 대통령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물론 추징금 납부 문제 등 이후 태도도 노태우 씨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과 전 씨는 97년 재판 때 각각 추징금 2628억 원과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13년 이를 완납했으나 전 씨는 1235억 원가량만 낸 상태였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그분(전두환)은 사건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며 “무엇보다도 그동안 역사 화해를 위한 용서를 빌거나 과오를 시인하는 것들이 없었다”며 전 씨 국가장을 반대한 바 있다.
국가장은 전·현직 대통령 혹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가장 여부는 대통령이 결정한다”며 전 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