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기조 꺾고 긍정 시그널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여당의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측 관계자는 지난 3일 디지털자산관리감독원(가칭) 신설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후 12일 청와대에서는 관련 정책의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또한 18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을 규제에서 진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정부여당이 합의점을 찾아 나가며 금융위 또한 기존 노선 손질에 나섰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가상자산 업무 관계자들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1소위에 참석해 업권법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도 부위원장은 “ICO(Initial Coin Offering, 초기 코인 공개)라는 부분을 이제는 저희도 더 이상 늦출 수가 없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포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2018년 ‘박상기의 난’ 이후 ICO를 엄격히 금지해 왔으며, 실태조사를 통해 투자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유지해 왔다.
23일 정무위원회에 발송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존방향 및 쟁점’에서도 금융위의 기조 선회가 드러난다. 금융위는 업권법에 대한 뚜렷한 입장이 없다는 정무위원회 위원들의 질타에 관련 입장을 23일 법안소위 전까지 송부하기로 약속했다. 해당 문서에서 금융위는 가상자산 상장·유통과 공시 시스템에 대한 자율규제 권한을 협회에 넘겼다. 금융당국은 협회의 자율규제에 대해 시정 권한을 쥐는 방식이다. 통상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협회 구성과 후원에 관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의 규제보다는 진흥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국회 관계자는 “계층적 감독체계가 형성된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협회의 자율규제는 못하고 있다”며 “코인(가상자산)은 자율규제를 도입하고 그 권한을 협회에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입장 변화”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의 마음은 급한데 입장 조율은 요원한 상황이다. 도 부위원장은 17일 법안1소위에서 “국무조정실이 총괄 부서로 되어 있는데 그 부서 하에서 한 번도 우리 법안에 대해 최종적으로 정부 입장을 조율을 못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기능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받았지만 자금세탁 방지 목적으로만 신고 수리하고 그리고 감독권도 그에 한해서 아주 제한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