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만은 23일 고위급 경제전략 대화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협력하고 중국의 경제압박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대만중앙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5시간에 걸쳐 온라인으로 제2차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EPPD)'를 열고 △공급망 △경제압박 대응 △디지털 경제 △5G 네트워크 보안 △과학기술 협력 등의 주요 의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호세 페르난데스 국무부 경제차관이, 대만에서는 왕메이화(王美花) 경제부장(장관)과 우정중(吳政忠) 과학기술부장이 대표단을 이끌었다.
양측은 공급망 관련해 협력을 강화해 공급망 병목을 해소할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공급망의 강인함을 확보하는 데 합의했다.
특히 양측은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과 강인함을 높이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경제 협박 대응에 대해서는 “모든 경제체제가 외부의 협박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라면서 “이념이 유사한 국가들이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 국제무역 규칙을 위반하는 경제적 협박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 정부가 중국을 향해 국제무역 규칙을 지키지 않는 국가로 지목해온 점을 고려하면 중국을 겨냥한 문구임을 추정할 수 있다.
양측은 디지털경제와 5G 네트워크 안전과 관련해 내년 EPPD 구조에서 제4회 대만·미국 디지털경제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5G 네트워크 안보 구조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 등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끝으로 양측은 제1차 과학기술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들은 회의를 통해 반도체 연구 기회를 심화하고 실천하는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왕 부장은 대화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반도체를 포함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대만은 중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에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해준다는 점에서 유리한 지위에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반도체 자급'의 필요성을 주창하면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미국 투자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지난해 5월 공식 발표하면서 미국 측 요구에 답했다.
TSMC는 오는 2024년부터 미국 공장에서 최첨단 미세공정이 적용된 스마트폰용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 7일 만에 열리는 이번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경제 대화에 중국은 대만 독립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