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창업주가 사업의 초석을 닦았다면 2세는 기존 사업을 안정화하는데 집중한다. 3세의 경우 신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 중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식품기업의 역사가 반세기 이상 이어지면서 3세에 쏠리는 기대와 함께 조기 승진이 이어지는 이유다.
2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장남인 김오영 씨는 외부 직장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매일유업에 합류했다.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경력을 쌓은 김 씨는 건강기능식품업, 외식 등 매일유업의 신사업 부문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연말 시행되는 인사에서도 중책을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36) CJ ENM 부사장 대우는 지난해 상무에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CJ E&M에서 전략 부문을 담당하며 고모인 이미경 부회장이 초석을 닦은 문화사업을 반석 위에 올리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 지주사 CJ의 대리로 입사해 CJ오쇼핑 상품 개발과 방송기획, CJ 미국지역본부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착실히 다져왔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31) 부장은 지난해 1년 4개월 만에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부장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이 부장은 남매 동반 승진 기회에서 배제된 후 글로벌 전략 수립이라는 무게감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부장은 2013년 CJ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017년 부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수업을 받아온만큼 이번 인사에서 임원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아들 담서원 씨(32)도 오리온 그룹에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담 부장은 뉴욕대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지난해 카카오그룹 인공지능(AI)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입사해 화제를 모았다.
농심은 올해 신동원 회장 시대가 열리며 장남 신상렬 부장의 임원 승진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93년생인 신 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하고 2019년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현재 경영기획팀에서 기획 및 예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신 부장은 지난해 대리, 올해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고(故) 신춘호 회장이 올 3월 별세하고 신동원 회장이 경영 고삐를 쥐면서 신 부장의 임원 승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상그룹 오너 3세 임세령 부회장도 육가공, 대체육을 중심으로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찍이 2019년 '디에스앤'을 인수하면서 육류 도매사업에 뛰어든 대상은 최근에 축산물 유통업체인 혜성프로비젼과 크리스탈팜스까지 인수하고 '고기나우'를 시범 운영하는 등 소비자와의 거리를 점점 좁혀가고 있다. 여기에 배양육 업체 엑셀세라퓨틱스, 스페이스에프 등과 협약을 맺고 연구 개발에 나서며 대체육 사업에도 손을 뻗는등 육류 사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