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6일 다중이용시설 엉업시간 제한ㆍ사적모임 인원 축소 등 비상조치 방안 검토
25일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 일대 먹자골목. 고깃집을 운영하는 60대 자영업자 A 씨는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B 씨도 “온갖 대출을 받아가며 버티다가 그나마 위드 코로나 시작으로 매출을 조금 올렸는데 규제가 또 나오면 방법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도 되지 않아 위중증 환자가 폭증하는 등 방역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자 당국이 방역을 강화하고 영업규제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은 “무책임한 방역대책”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제4차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 참석해 “수도권만 놓고 보면 의료대응 여력이 거의 소진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날 “수도권은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을 검토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비상 상황임을 강조했다. 이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뒤 꾸준히 증가한신규 확진자 수는 24일 기준 4115명에 달하며 역대 최다를 찍었다.
소상공인들은 이달 시작된 일상회복에 영업 정상화를 꿈꾸며 분주하게 움직여 왔다. 현재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은 영업시간 제한이 풀려 24시간 영업할 수 있다. 사적 모임은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까지 할 수 있다. 연말연시 특수도 기대했다. 그러나 고조된 분위기는 한 달을 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 관련 단체들은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전면 중단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방역패스 확대와 사적 모임 제한 강화 등의 규제가 나올 가능성은 있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관계자는 “확진자 증가는 예측 가능한 일이었는데 증가에 따른 대책 없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규제만 해결책으로 제시한다면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재의 확진자 증가 원인을 다중이용시설의 문제로 치부하는 듯한 정책 방향에 불만을 드러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방역패스 확대 적용에 반대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연합회는 “청소년 접종률이 성인 접종 완료율을 밑도는 상황이어서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탕 등은 청소년들이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라며 “해당 소상공인들의 극심한 영업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전국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촉구로 영업제한이 겨우 완화됐는데 매출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방역패스마저 확대되면 소상공인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내면 소상공인 관련 단체들은 다시 단체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손실보상금 하한액 상향안도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전날 기존 10만 원인 손실보상액 하한선을 20만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5만 원이 될지 20만 원이 될지 국회와 예산 심의 과정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거리두기 장기화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20만 원 수준의 손실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입장이다. 자영업자 C 씨는 “손 소독제와 분사 소독제 한 달 지출만 해도 몇만 원이다. 더 현실적인 지원을 할 게 아니면 이런 지원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업계에선 인건비와 영업이익 등 손실보상의 기준부터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실보상 제외업종 자영업자들 역시 정부의 저리 대출을 통한 2조 원 투입 방침에 빚을 내야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회의를 열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및 사적 모임 인원(수도권 10명ㆍ비수도권 12명) 축소 등 비상조치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