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변이에 경기 회복 지장 시 긴축 아닌 활성화 나서야 할 수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새 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B.1.1.529)’의 등장에 미국 금리 인상 시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오미크론에 대한 반응으로 미국 국채로 몰려들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치를 재조정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서비스 회사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24일 종가 1.644%에서 전날 1.484%로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국채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또한 시장에서는 연준이 더 오랫동안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금리 변동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반영하는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가격이 전날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존 예상보다 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CME그룹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많은 투자자가 내년 말까지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2~3차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3~4회 금리 인상이 추진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영국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데이터 역시 하락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발견된 새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전날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현 단계에서 불분명한 점이 많지만 오미크론은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재감염의 위험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각국은 국경봉쇄, 여행금지 등 다시금 문을 걸어 잠그는 추세다. 투자자들은 변이 확산을 늦추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제한 조치가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재너스핸더슨의 앤드루 뮤뮬리너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어젯밤까지만 하더라도 세 차례의 연준 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이 견해는 지금 그다지 현실성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새 변이가 경기회복에 지장을 준다면, 중앙은행들은 실제로 노선을 바꿔 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긴축이 아니라 되레 새로운 자극책이 필요해질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미국 금리 인상 관측의 재조정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는 최근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는 에너지 가격의 급락이다. 국제유가는 오미크론 등장 충격에 전날 두 자릿수의 폭락세를 나타냈다. 노르디아자산운용의 세바스찬 갤리 거시경제 전략가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에너지 소비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