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재택근무 의무화 등 다시 고삐 죄기 시작
아프리카 구식민지 국가들과 교류 활발…안전지대 아냐
고령층 대상 부스터샷 박차
진단검사 양성률이 4.7%로 ‘위험’ 단계를 넘어서는 등 최근 코로나19 관련 모든 지표가 악화되자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포르투갈 본토와 섬 전역을 여행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포르투갈 중부 도시 코임브라(Coimbra). 대형 쇼핑몰인 ‘알마쇼핑센터’와 ‘포룸’은 일찌감치 크리스마스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유럽은 핼러윈이 끝나면 바로 크리스마스 대목”이라는 현지 교민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잔잔한 분위기였다.
다급해진 포르투갈 정부는 다시 방역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둔 25일 정부는 모든 폐쇄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각급 학교 방학 연장, 내년 1월 2~9일 재택근무 의무화 등을 포함한 방역강화 조치를 12월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남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강력한 신종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omicron)’이 포르투갈에서도 확인됐다. 국립보건원과 보건총국은 28일 “예비 테스트에서 프로축구 1부리그팀 Belenenses SAD의 선수·스태프의 샘플 13개에서 양성 결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보건당국은 “더 큰 전염성이나 현재 백신의 효과를 감소시킨다는 과학적 데이터가 아직 없다”며 오미크론 공포를 진화하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는 감추지 않고 있다.
여론도 예전 같지 않은 편이다. 자동차 딜러 주베날(Juvenal) 씨는 “백신 접종 필수 직종이라고 해서 할 수 없이 백신을 맞았다. 그런데 이제 또 재택근무를 하라니, 대면 영업을 못하면 무슨 수로 돈을 버나”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알마쇼핑센터 길 건너편 대형 실내 체육관 앞에는 수백 명의 노인이 긴 줄을 서 있었다. 백신접종센터에서 부스터샷을 맞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길 한쪽에서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는 어르신이 길게 내뱉는 담배 연기 속에는 ‘언제쯤 이 사태가 마무리될지’ 답답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했다.
최근 포르투갈은 백신을 맞은 지 6개월이 지난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이들에 대한 백신 3차 접종을 12월 19일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글·사진/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이투데이 전 편집부장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