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Omicron, B.1.1.529 변이)이 처음 발견되면서 전세계적으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아프리카에 이어 유럽과 홍콩에서 확진자가 발견됐고, 캐나다까지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되고 있어 국내 상륙도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새 변이 ‘B.1.1.529′를 오미크론이라 명명했다. 알파와 베타, 감마, 델타 등에 이어 우려 변이 바이러스로 지정된 다섯 번째 사례다. 코로나 변이종이 나올 때마다 그리스 알파벳 순서대로 이름을 붙이는데 이번에는 13번째인 '누'가 되어야 하지만 WHO는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을 붙였다. 13번째는 새롭다는 의미이 '뉴'와 발음이 겹치고, 14번째 글자인 '크사이(Xi)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연상해 건너뛰었다는 이유가 유력하다.
오미크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외부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2개의 돌연변이 부위가 발견된 새 변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 표면의 돌출된 부문으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손잡이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전파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백신 접종자나 감염으로 항체가 이미 형성된 경우에도 면역 체계를 피해 돌파 감염을 일으킬 수가 있다.
현재 감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델타 변이의 돌기가 16개인 데 비해 오미크론 돌기는 2배나 많아 전파력이 델타보다 최대 6배 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스파이크에 돌연변이가 대량 발생하는 탓에 유전자 검사(PCR)에도 잘 포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위험도는 아직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WHO는 예비 데이터를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입원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해당 지표가 오미크론보다는 전체적인 감염자 수의 증가 때문일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오미크론의 증상이 다른 변이와 다르다고 볼 만한 정보가 없다면서 증상의 심각성을 파악하려면 수 주까지 걸릴 것으로 WHO는 내다보고 있다. WHO는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코로나19 변이보다 전염성이 더 큰지, 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질병청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돌파감염·재감염률 등 분석에는 2주 안팎의 시간이 걸리지만 정부는 백신접종률 제고, 마스크 착용, 여행 자제 등의 비약물적인 중재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미크론은 이달 초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됐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산 중이다. 이어 27일(이하 현지시간)에만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영국, 독일, 체코 등에서 감염자가 확인됐다. 아시아에서는 26일 홍콩에서 오미크론에 감염된 환자가 2명 확인됐다. 한 명은 남아공을 직접 여행한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격리생활 중 남아공 여행자에게 감염된 환자였다.
오미크론은 북미에도 상륙했다. 캐나다 당국은 28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2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들 감염자는 최근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여행객이다. 오미크론 확진이 확인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영국, 독일, 이탈리아, 체코, 오스트리아, 벨기에, 호주, 이스라엘, 홍콩, 네덜란드, 덴마크에 이번 캐나다까지 총 14개국이다.
방역당국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거나 해외에서 유입된 변이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5주간 아프리카 지역에서 입국한 22명 중 8명은 바이러스의 양이 너무 작아 변이 분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8일 0시부터 오미크론 발생국 및 인접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레소토, 에스와티니, 모잠비크, 말라위 등 8개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 금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