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 때문에 1차 접종조차 아직 못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백신패스 확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패스를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로 돌파감염 건수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 백신이란 게 어떤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주는 예방주사인데, 돌파 감염이 심각한 것을 보니 백신을 맞아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인권 침해를 들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가 사망한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백신을 맞고 죽어도 나라에서 보상은커녕 인과성 인정조차 안 해 주면서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데에만 집중하는 당국의 정책이 안이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들었다. 고통을 겪어가면서 2차까지 맞은 접종완료자들을 6개월이 지나면 미접종자 취급하려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 생명과 직결되는 글이기에 섣불리 반박할 수도, 반박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 청원 글에는 29일 오후 현재 7851명이 동의했다.
정부는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열고 4주간 특별 방역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일상회복 2단계 전환을 유보하면서 앞으로 4주간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백신 접종”이라며 사실상 전국민의 3차 접종 완료를 목표로 제시했다. 3차 접종이 ‘추가접종’이 아니라 ‘기본접종’이 된 것이다.
부스터샷을 맞으면 위드 코로나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일까. 코로나19를 완전히 박멸할 수 없다면 차라리 함께 살아보자는 심정으로 코로나19와 불안한 동거를 시작한 우리다.
하지만 이 미지의 전염병을 너무 만만하게 보았던 것일까. 백신에 대한 절박한 믿음, 2년간 반복되어온 방역 거리두기와 폐쇄에 대한 피로감에 등떠밀려 억지로 시행한, 준비 안 된 ‘위드 코로나’는 지금 우리의 삶을 2년 전 악몽의 시발점으로 되돌리고 있다.
하루 4000명을 넘나드는 신규 확진자에다 위중증 환자가 늘면서 병상이 부족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은 연일 최다를 기록 중이다. 2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309명, 위중증 환자는 629명, 신규 사망자는 32명이었다. 전날 위중증 환자와 신규 사망자 수는 각각 647명과 56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다였다.
위중증 환자는 전용 장비가 갖춰진 병상에서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며 격리 병상은 이미 포화상태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와 방역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의료진은 번아웃 된 지 오래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의 숨통이 트였을지는 몰라도,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은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환자를 치료한다는 게 보람 있는 일은 맞지만, 정작 의료진의 심리 방역에는 갈수록 큰 구멍이 뚫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미크론’이라는 강력한 변이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소식은 암울하기 그지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은 28일까지 13개 나라에서 감염이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이 다른 코로나19 변이보다 전염성이 더 강한지, 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오미크론의 중증도를 이해하는 데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오미크론이 아직 국내에서 발견되진 않았지만, 이미 있을 수도 있다. 그 사이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대응할 시간은 번 셈이다.
그러나 당국에 대한 신뢰는 그다지 높지 않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부족한 병상만 보면 ‘말로만 위드 코로나였구나’ 싶다. 현재로선 부스터샷이 정부가 가진 최종 병기인가 싶을 정도다.
어쨌든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오미크론’이 등장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각국이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대응도 주목된다. “위드 코로나”를 외치면서 2년 전처럼 호미로 막을 걸 포크레인을 들이대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