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시정 4개년 계획' 목적으로 추진…2020년 정책 중단, 예산도 안 잡혀
서울시가 추진했던 ‘전용 택시’ 도입이 무산됐다. 서울시의 전시행정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한 결과 지난 2019년 서울시가 추진했던 ‘서울형 택시 프로젝트’는 현재 관련 정책 추진이 중단된 것은 물론, 내년 예산에도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서울형 택시와 관련해 진행 중인 사업이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2019년 ‘시정 4개년 계획’ 가운데 하나로 ‘서울시 택시 전용 모델 도입’을 추진했다. ‘대중교통 서비스에 대한 시민 요구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제조사(현대차)와 협의를 통해 택시 전용 모델을 개발한다는 게 골자다.
영국의 '런던 택시'처럼 서울만의 특성을 살린 전용 모델을 앞세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한편,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까지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가 도입하려던 택시 전용 모델은 세단형인 일반 택시와 전혀 다른 디자인이다.
먼저 택시 전용 모델은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한 소형 미니밴 형태다. 승하차 편의를 위해 2열 '슬라이딩 도어'를 갖춰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여기에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차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도약대도 설치하도록 했다. 기아 미니밴 카니발과 유사한 형태에서 차 길이는 짧고 2열 승객석의 높이를 키운 형태다.
롤모델은 영국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런던 택시’였다. 넉넉한 승객 공간을 통해 차에 오르내리기 쉬운 것은 물론, 휠체어를 탄 채로 차에 오르내릴 수 있다.
일본 역시 일찌감치 영국의 런던 택시를 벤치마킹해 전용 모델인 ‘JPN 택시’를 도입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도쿄도가 토요타에 의뢰해 개발을 마쳤고, 약 2만8000대 도입을 목표로 현재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 역시 이를 벤치마킹해 2019년 현대차와 개발 협의를 마쳤다. 2021년 양산 프로토타입을 내놓고 2022년 도입을 목표로 삼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중단된 상태다.
2019년 당시 ‘시정 4개년 계획’을 추진했던 서울시 관계자는 “영국 런던 택시를 벤치마킹해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한정적인 택시 스타일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형 유니버설한 디자인 택시’를 추진했다"라면서도 “새 사업을 추진할 여력과 예산이 부족해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택시 전용 모델 도입은 제조사와 지자체, 택시사업자와 운전자, 이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 모델이다.
한 가지 모델로 꾸준히 판매를 이어가면 신차 개발에 따른 개발비용이 줄어든다. 자연스레 택시 가격이 하락하고, 이를 통해 택시 사업자는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곧 택시기사의 복지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택시 요금의 안정화와 함께 서비스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애초 서울시의 전략이었다.
실제 현대차는 서울시 의뢰에 따라 실제 선행개발에 필요한 시장 조사를 했고, 일본 토요타의 JPN 택시를 벤치마킹하려 했다. 이를 통해 ‘쏘나타=택시’라는 편견을 벗어낼 기회로도 삼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관련 사업을 중단하면서 현대차 역시 해당 프로젝트를 묻은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울시가 의뢰해 택시 전용 모델 개발을 위한 시장 조사를 시작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실제로 구체적인 모델 개발을 추진한 적은 없다”라며 말했다.